카드사와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 가맹점 간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인상 통보를 받은 통신사, 대형마트, 항공사 등 대부분의 대형 가맹점이 수용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2004년 논란이 된 이마트와 비씨카드 간 싸움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본지 2월 18일자 A1, 3면 참조

가맹점 거부에 속 타는 카드사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드 가맹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받은 대형 가맹점 2만3000여 곳 대부분이 인상을 수용하지 않겠다며 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카드사-대형점 수수료 갈등…'카드 불통' 사태 빚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를 비롯해 대형마트, 항공사 등은 반대 의견을 내고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다. 통신사는 현행 1.8~1.9%에서 2.1%, 대형마트는 1.9~2.0%에서 2.1~2.2%로 인상하겠다고 통보받았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도 현행 1.9%보다 0.2%포인트 높은 2.1%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롯데마트 측은 “이번 인상은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손실을 대형 가맹점에 전가하는 것으로 보여 특히나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일종의 폭탄 돌리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도 “통보된 수수료율이 너무 급격히 인상된 측면이 있다”며 “서로 수긍 가능한 수준의 합리적인 인상률을 협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형 가맹점들은 이번 인상이 지난달 31일 500억원 이하 카드 가맹점의 수수료를 내려주면서 촉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식으로 ‘떠넘겨진’ 수수료 인상을 어떻게 수긍할 수 있느냐는 반발이다.

수수료 분쟁 벌어지나

카드사-대형점 수수료 갈등…'카드 불통' 사태 빚나
카드사들은 답답해하고 있다. 사실상 대형 가맹점들이 반발하며 수수료를 못 올리겠다고 하면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맹점은 수수료 인상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한 달 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가 제기되면 10영업일 이내 협상을 통해 수수료율을 확정해야 한다. 이 협상이 어그러지면 가맹 계약을 해지해도 서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과거 수수료를 둘러싼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 사이의 갈등에선 번번이 카드사가 물러났다. 카드사들이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대형 가맹점의 인상 거부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마트는 2004년 비씨카드가 수수료율을 1.5%에서 2.3%로 올리겠다고 통보한 데 반발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마트가 계산대에서 비씨카드를 받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편 사례가 속출했다. 결국 비씨카드는 백기를 들어 1.6~1.85%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조정했다. 같은 해 롯데마트도 수수료율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며 점포에서 삼성카드를 받지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2014년 당시 1.9%였던 카드복합할부 수수료를 두고 카드사에 이의를 제기하다 신한카드, 비씨카드에 가맹 계약 취소를 통보한 적도 있다. 삼성카드는 2012년 코스트코와 수수료율을 둘러싼 갈등도 겪었다.

일각에선 이번에도 대형 가맹점들이 가맹 해지를 무기로 수수료 인상을 거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각 대형 가맹점이 카드 계약을 해지하면 애꿎은 소비자만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카드사 임원은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은 마케팅 비용 현실화 등 적격비용을 토대로 내린 결정”이라며 “가뜩이나 500억원 이하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는데 고충이 크다”고 말했다.

정지은/김순신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