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年매출 500억 초과 가맹점에 "수수료 올리겠다"
카드사 "마케팅비 현실화"…통신사·대형마트에 인상 통보
대기업서 5000억 수입 늘어, 소상공인서 줄어든 수입 만회
통신사 등 "왜 올려줘야 하나"…또다른 수수료 갈등 예고
대형 가맹점들 즉각 반발
카드 수수료율 인상 통보를 받은 통신사 대형마트 백화점 호텔 등은 반발하고 있다. 한결같이 “왜 올려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고 있다. 통신사 등은 이의제기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우선 수수료 인상 방침을 백지화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줄어드는 수수료 수입 보전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법령으로 강제 적용되는 대상이 아니다. 수수료 원가(적격비용)에 각 카드사가 마진을 붙여 개별적으로 정하는 방식이다. 카드사가 수수료율을 기존보다 인상할 경우 적용 한 달 전에 가맹점에 통보하고, 가맹점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소상공인에게 못 받은 가맹점 수수료를 대기업이 대신 내라는 것이냐”며 “이용이 많은 단골고객에게 더 돈을 끼얹는 경우는 어느 산업에서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통신요금은 연체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낮은 데다 매월 일정 수준 이상 판매대금이 모이는 것을 감안하면 수수료 인상은 더욱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이러다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 간에 큰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카드사도 물러서긴 어렵다는 분위기여서다. 적격비용 산출에 따른 조정일 뿐이라는 게 주된 주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에 대해서는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등 다양한 마케팅을 수시로 지원한다”며 “적격비용의 일부인 마케팅 비용을 현실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96% 우대받는 구조부터 문제”
금융계에선 이 같은 갈등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기형적인 정책’이 낳은 부작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 카드 가맹점 273만여 곳 중 96%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된 상황부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2012년 1월까지만 해도 68%였던 우대 수수료율 적용 가맹점 비중은 2016년 78%, 지난해 84%까지 오른 데 이어 지난달 96%까지 치솟았다. 반복되는 수수료 인하와 우대 가맹점 범위 확대 정책 때문이다.
카드 수수료는 정부가 우대 기준을 신설하고 수수료율을 인하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올해까지 12차례 인하됐다. 가맹점 수수료 상한은 2007년 이전 4.5%에서 지난해 7월 2.3%까지 낮아졌다. ‘소상공인 지원’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영세·중소 가맹점 범위 확대, 수수료율 상한선 인하, 우대 가맹점 구간 확대 및 인하 등이 잇따라 추진됐다.
한 카드사 사장은 “가맹점 100곳 중 4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수료 우대를 받는데 어떻게 우대라고 할 수 있느냐”며 “대형 가맹점에서 역차별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불똥은 소비자에게도 번지고 있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시행해온 2~6개월 무이자 할부가 올 들어 5개월 이하로 축소된 게 대표적인 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과 민간연구기관 파이터치연구원은 지난해 말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보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부가서비스 축소뿐 아니라 카드 연회비 인상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카드업계에선 매년 반복되는 수수료 정책 개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지은/김태훈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