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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행동주의’가 올해 국내 증시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CGI와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경영참여를 선언하자 한진그룹은 지난 13일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투명성 강화, 배당성향 확대 방안을 내놨다. 기관들의 요구에 앞서 주주환원 정책을 미리 강화하는 기업들도 나왔다. 2017년 배당성향이 5.7%에 그쳐 국민연금의 ‘저배당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던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배당성향을 13%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제2의 한진칼’을 찾고 있다. 박윤진 한국경제TV 파트너는 “대주주 지분율이 40% 이하이면서 자산이 저평가된 종목, 배당성향이 유가증권시장 평균(33.8%)에 비해 크게 낮은 종목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금호석유 주목

대림산업·금호석유, 배당성향 확대 기대…조광피혁·태광산업, 자산 '저평가' 주목
대주주 지분율이 높지 않으면서 주주친화책을 내놓을 수 있는 종목으로는 우선 대림산업과 금호석유가 꼽힌다. 대림산업은 대림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이 최대주주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2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 지분율은 12.7%다. 주가는 최근 해외 플랜트 수주 증가와 주주환원 정책 기대로 지난해 11월부터 29.7% 올랐다. 대림산업은 배당 확대를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년 주당 배당금은 1000원으로 2016년(300원)보다 올랐지만 아직도 배당성향은 7.9%로 낮은 편이고, 지난해 실적이 개선된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의 지난해 순이익은 173억원으로 전년(418억원 순손실) 대비 흑자전환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24.7%인 금호석유도 배당성향 확대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금호석유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2626억원) 대비 111.0% 증가한 5542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보통주 한 주당 배당금을 1350원, 최대주주의 경우 1200원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전년(1000원)에 비해 배당금을 늘렸지만 시장 기대치보다는 아직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대주주와 차등 배당을 실시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배당성향은 9% 안팎으로 예상치를 밑돌았다”고 말했다.

자산 저평가된 기업 찾아라

토지 등 보유자산 가치보다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기업들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조광피혁은 자사주 보유량이 높다는 점에서 기업가치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26.2%로 높지 않은 반면 자사주 비중은 46.0%에 달하기 때문이다. 김재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비중이 매우 높은 반면 배당성향이 낮아 보유한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다”며 “자사주 일부를 소각하고 배당성향을 늘리면 703억~2059억원의 기업가치가 추가로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TV 전문가인 박윤진 파트너는 석유화학 업체 태광산업을 추천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6배다. PBR이 1배를 밑돈다는 건 회사가 자산을 모두 팔고 사업을 청산할 때 가치보다도 주가가 낮다는 의미다. 전유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태광산업은 배당성향이 2002년 이후 평균 1.2%로 유가증권시장 평균(19%)과 차이가 크고 자사주 비중도 24.4%로 주주환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가 꾸준히 있었다”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자사주 소각, 배당성향 확대 등 주주이익 강화 정책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주요주주인 사조산업

사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은 최대주주인 주진우 회장이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지분 55.0%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 지분 10.0%를 갖고 있어 스튜어드십코드 행사로 기업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7년 배당성향은 2.8%로 낮은 편이다. 국민연금이 2016년부터 사조산업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및 감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져온 만큼 이번 주총에서도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