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프리미엄폰 고시 가격, 실구매가와 10만원 이상 격차
시작부터 잡음 많았지만 반년 지난 현재 개선점 없어
개설한지 반년이 지났지만 포털에 공개된 중고폰 가격 정보는 여전히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거의 모든 기종들이 실제 중고 거래가격보다 현격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15일 스마트초이스 중고폰 시세조회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128GB) 최고등급의 평균가격은 80만6667원이다.
소위 'A급~S급'으로 분류되는 상태가 좋은 제품들은 온라인 중고거래 커뮤니티 '중고나라'에서 60만원 후반대에서 70만원 초반대에 거래된다. 실제 소비자가 살 수 있는 가격과 10만원 정도 차이가 나는 셈이다.
오프라인 판매점도 같은 제품을 50만원 중반대에 매입해 60만원 중후반대에 팔고 있다. 다른 플래그십 제품도 갤럭시노트9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애플 아이폰8 플러스(64GB)는 최저등급 평균 63만5429원부터 최고등급 평균 69만6500원으로 산정됐는데, 이 역시 온오프라인 모두 실제 거래가격과 10만원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애초에 정부는 시세 조회 서비스를 통해 투명한 가격을 공개하면 고객이 '호갱(이용당하기 쉬운 고객)'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봤다. 소비자들이 대략적인 판매 시세를 먼저 확인하면 합리적인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이 서비스가 고시하는 가격은 오히려 호갱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사전 정보가 없는 소비자들이 스마트초이스 고시 가격을 기준으로 중고폰을 매매하려다 중고업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생기고 있다. 한 중고업자는 "고객에세 판매가격을 제시하면 시세 조회 서비스를 기준으로 삼는 분들이 간혹 있다"며 "그 가격은 팔 수 없는 가격이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영업을 할 순 없지 않나"라고 한숨을 쉬었다. 중고 시세 조회 서비스가 실거래 가격과 차이를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객관적인 데이터가 부족해서다. 정부는 이 서비스 개설 당시 중고폰 업체 10곳의 판매 가격을 반영했다. 업체 수가 적고 업체별로 중고폰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다른데도 일괄적으로 가격의 평균값을 냈다. 이 부분도 지적을 받았지만 개설 이후 현재까지 2개업체가 더해진 게 전부다. 고작 12개업체에 기대어 중고 시세를 고시한다는 얘기다.
시세 정보가 2주에 한 번 업데이트 된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정부가 중고폰 시장의 규모도, 상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중고폰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기 때문에 2주는 너무 긴 간격이다. 시세 조회 서비스가 중고폰 구매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중고폰 가격은 철저히 거래 당사자들에 의해 결정된다. 중고폰 시장은 개인 간 합의만 있으면 어떤 가격으로든 거래가 가능한 곳이란 말이다. 굳이 정부가 그들의 가격 책정에 끼어들 필요가 있을까.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