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평화협정 체결 때까지 주둔필요" 발언
韓 "주한미군, 동맹차원서 한미간 결정할 일…평화협정과 무관" 입장
북미회담앞두고 평화협정-주한미군 연계 美사령관 발언 '주목'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반도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연계하는 듯한 발언을 해 군 당국이 발언 배경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간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은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정할 일로,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과 직접 관계는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은 특히 주목받는 양상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 겸임)은 12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북핵 위협이 제거되거나 감소한 후에도 북한의 재래식 전력 위협 감소가 없다면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앵거스 킹 의원(무소속)의 질의에 "모든 당사자 간에 평화협정이 맺어질 때까지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는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뜻이지만 어찌 보면 평화협정 체결시 주한미군에 대한 재검토의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군 당국도 발언 의도와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달 27~28일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과 주한미군 문제가 의제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는 가운데 이런 발언이 나와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도 제기된다.

군의 한 관계자는 13일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계속 거론되고 있다"면서 "특히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이라 발언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한미 양국 입장은 주한미군이든 한미동맹이든 모두 한미간 협의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라면서도 "(주한미군사령관이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속내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부분은 주한미군 자체가 한반도에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발언으로 보인다"면서 "일부에서 우려하는 주한미군 철수를 일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연합사령관 발언에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북미회담앞두고 평화협정-주한미군 연계 美사령관 발언 '주목'
우리 정부는 그간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것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과는 연계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은 비핵화 프로세스에 연동된 문제가 아니라 주권국가로서 한국과 미국 간 동맹에 의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이라며 "종전선언이 이뤄지고 나아가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도 주한미군을 유지할지는 전적으로 한미 양국 결정에 달린 문제이고 이런 사실을 김정은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작년 9월 2박 3일간 방북 일정을 마치고 귀환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를 찾은 자리에서 "그런 문제(유엔사 지위·주한미군 철수)는 완전한 평화협정 체결 후 다시 논의될 수 있고…"라며 여지는 남겼다.

그러나 곧이어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동맹으로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과는 무관하게 전적으로 한미 간 결정에 달린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꾸준히 언급해왔다는 점에서 에이브럼스 사령관 발언의 함의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방송된 미 CBS방송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과 관련 "누가 알겠느냐. 하지만 그곳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이 매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한국에는 4만 명의 미군이 있다.

그것은 매우 비싸다"고 주장했다.

1차 북미정상회담 다음날인 작년 6월 13일(이하 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나는 가능한 한 빨리 병력을 빼내고 싶다.

많은 돈, 우리에게 큰 비용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나는 그들(주한미군)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주한미군 방위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됐지만,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결국 자국 정상의 뜻을 무시할 수 없는 미군 수뇌부가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을 검토할 시기로 평화협정 체결 시점을 상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국내 전문가들도 미국이 적대관계인 북한과 종전선언을 하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시작하면 북한의 남침 억제를 일차적 목적으로 하는 주한미군의 임무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국에 고정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군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분쟁이나 대규모 재해재난 발생 때 구호에 투입되는 '동북아 기동군' 또는 '평화유지군'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