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금융규제 샌드박스 기초 놓아
혁신 경험 공유해 사업기회 늘려
피터 에스틀린 < 英 런던금융특구 '시티 오브 런던' 시장 >
수표는 20세기 후반 ‘은행 신용카드’라고 부르는 플라스틱으로 대체될 때까지 거의 300년간 현금과 함께 사용됐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의 폭발적 증가로 모바일 결제 및 인터넷 뱅킹 이용이 늘면서 이제는 은행 신용카드 사용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런 기술적 혁명은 영국이 세계적인 리더의 한 축을 이루는 핀테크의 탄생을 가져오게 된다. 핀테크 분야는 영국 경제에 매년 66억파운드(약 9조5000억원)를 기여하고 있으며, 1600개 관련 기업이 7만6500명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은 핀테크산업이 영국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정부와 규제당국의 노력으로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현재 400여 개의 핀테크업체가 나왔고, 2018년 디지털 지급액은 850억달러를 기록했다. 핀테크는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6년 6월 영국 금융당국이 개발한 모델을 기반으로 한국 금융위원회가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영국과 한국은 같은 달 핀테크 브리지(fintech bridge)를 구축해 시티 오브 런던에 있는 길드홀에서 열린 제3차 한·영 금융포럼에서 발표했다. 이 회의는 양국 금융감독당국 간 규제협력협약 체결로 끝을 맺었다. 이 협약은 외국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한국의 규제 샌드박스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이는 한국 스타트업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진전이다.
핀테크는 본질적으로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한다. 필자도 핀테크 및 녹색 금융, 디지털 교육 분야에서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내일의 도시를 오늘 만들어 간다’는 슬로건의 이 캠페인은 혁신과 기술을 알리고 영국과 해외의 디지털 및 사회 통합을 다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과 영국 양국은 모두 4차 산업혁명의 도전에 맞서고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이번주 서울을 방문해 정부 및 업계와 이런 이슈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영 양국은 100년 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897년 HSBC가 인천에 첫 번째 지사를 설립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해 전국에 330개 지점과6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양국의 유대관계는 핀테크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영국의 지급 플랫폼인 월드퍼스트(WorldFirst)는 전자상거래 비즈니스에서 여러 계약을 맺고 한국 지사 개설을 준비 중이다. 런던에 본사를 둔 기술 액셀러레이터 허브인 레벨39은 부산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영국의 데이터 관리 회사인 Kx시스템스는 이미 한국 지사를 설립해 금융 및 제조 서비스 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들은 양국 모두에 매우 흥미로운 소식이다.
영국 기업들은 더 먼 미래를 내다보며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의 오랜 혁신 경험을 활용한다면 세계의 중심 아시아에서의 비즈니스는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