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예산은 줄이고 '꾸미기 사업'은 늘린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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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노후화로 고장·연착 사고 잦은데…
시민 안전엔 소홀
서울 1~8호선 3551량 중 20년 이상 된 노후 차량 1929량
市 "노후 전동차 410량 교체비용, 7846억 필요하다" 산출하고도
올 예산 94억 삭감 120억 배정…노후역사 재투자도 163억 '싹둑'
치적 사업만 열중?
지하철 역사 상업광고 줄이고
문화광고 위주로 대체하는 문화예술철도 사업 예산 11배↑
시민 안전엔 소홀
서울 1~8호선 3551량 중 20년 이상 된 노후 차량 1929량
市 "노후 전동차 410량 교체비용, 7846억 필요하다" 산출하고도
올 예산 94억 삭감 120억 배정…노후역사 재투자도 163억 '싹둑'
치적 사업만 열중?
지하철 역사 상업광고 줄이고
문화광고 위주로 대체하는 문화예술철도 사업 예산 11배↑

시민들 사이에서는 “지하철 지연·연착이 일상이 돼버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사고가 잦은 2호선에 대해서는 “2호선이 또 2호선했다(고장났다는 의미)”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그러나 서울시 대책은 정확히 거꾸로 가고 있다. 노후 전동차 교체는 외면한 채 유지·보수 예산은 줄이고 ‘역사(驛舍) 꾸미기’ 예산만 대폭 늘렸다.
노후 전동차 교체 예산은 턱없이 부족
잦은 지하철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차량과 설비의 노후화가 꼽힌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1~8호선 3551량 가운데 20년 이상 된 노후 차량은 1929량(54%)으로 절반이 넘는다. 노후도가 심각한 수준인 26년 이상 차량도 582량(16.3%)이나 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차량과 시설의 노후화에 따른 잔고장이 지하철 지연·연착을 일으키는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주체인 서울교통공사는 해마다 5000억원가량의 적자를 낼 정도로 재정이 열악하다. 서울시는 올해 서울교통공사 전출금으로 지난해 예산보다 2078억원 삭감한 2976억원을 편성했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고속철도·산업연구팀장은 “도로 유지·보수 비용을 버스 회사가 아니라 서울시가 부담하듯, 지하철 인프라를 유지·보수하는 데도 서울시가 더 투자해야 한다”며 “제때 예산을 확보하지 않으면 지하철 지연·연착은 더 잦아지고 승객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올해 이른바 ‘문화예술철도’ 조성 사업에 예산을 217억원 편성했다. 지난해 19억원에서 11배 늘어났다. 테마역사 조성 등에 쓰일 예산이다.
문화예술철도 사업엔 역사 내 상업광고를 문화예술 광고로 바꾸는 것도 포함된다. 박원순 시장은 2022년까지 성형외과 광고 등 지하철 상업광고를 20~30%가량 줄이고 이를 문화광고로 대체하겠다고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포기해야 하는 광고수익까지 포함하면 문화예술철도 조성의 기회비용은 더 커진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한 해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광고수익은 440억원가량이다. 2017년 개통한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은 서울시가 100% 문화예술 철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상업광고를 아예 배제했다.
하지만 우이신설선의 운영권은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이 출자한 ‘우이신설경전철 주식회사’가 갖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는 시 예산 16억원(올해 기준)으로 광고 사업 손실금을 메워주고 있다.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인프라의 유지·보수보다 눈에 보이는 치적 사업에 더 신경 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