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칭 미소 대표]
플랫폼 일자리 시대, 고용에 대한 이분법에서 벗어나라
4대 보험 되는 정규직만 ‘좋은 일자리’라는 건 편견
올해 55세의 주부 김순애 씨, 두 딸을 둔 행복한 엄마다. 그녀는 일주일에 대여섯 차례 정도 홈클리너로 일하고 있다. 매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가정도 있지만 자신의 스케쥴에 맞춰 유동적으로 찾아가는 가정도 있다. 김씨가 홈클리너로 일하게 된 동기는 “남편에게 덜 의지하고, 주부 9단의 경험을 살려 여유자금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매일 얽매여서 해야 하는 일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지난해 가을 동네 이웃들과 대만 여행을 다녀왔고, 새해 초에는 딸들과 제주 여행도 다녀왔다.

미소에는 김씨처럼 1만 5000여명의 홈클리너가 근무하고 있다. 4565 세대가 98%를 차지한다. 이들은 미소의 매칭 시스템에 따라 자신들의 스케쥴과 거리에 맞는 일자리를 찾고 있다.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4대 보험을 적용받는 정규직을 선호하는 사람은 단 5% 뿐이었다. 나머지 95%는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지금의 근무 방식이 더 좋다고 답했다.

‘플랫폼 이코노미’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소의 홈클리너와 같은 플랫폼 일자리와 플랫폼 노동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배달대행업체의 라이더와 대리운전 기사 등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크몽 같은 플랫폼에서 자신의 재능을 판매하는 프리랜서도 8000명을 넘어섰다. 또 낮에는 직장에 다니면서 유투버로서 1인 미디어를 운영하는등 직업을 여러 개 갖는 ‘N잡러’도 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를 얻는 ‘긱 워커’ 시대가 열렸지만 한국 사회에서 일자리에 관한 인식은 여전히 이분법적이다. 정규직에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직업만이 좋은 일자리라는 편견이 너무도 견고하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로 치부된다. 플랫폼 일자리가 고용시장의 허들을 낮추고 있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긱경제 현황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플랫폼 산업규모가 820억달러로 전년 대비 65% 성장했고, 주요 국가의 플랫폼 노동자가 생산가능인구에서 10%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플랫폼 산업으로 인해 소자본·개인화 기반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유연한 근무조건으로 여성 인력들의 경제활동 참여도 확대될 수 있다고 짚었다.

영국, 일본, 독일 등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일하는 긱 워커를 지원해 ‘일과 삶의 균형’과 ‘노동생산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긱워커가 생산가능인구의 2.6%인 110만명까지 늘어나자 이들이 적절한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일본도 긱워커를 포용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늘리고, 최저임금 수준을 명시하는 한편 구두계약을 막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노동 4.0’ 보고서를 발표한 독일은 디지털화에 따른 노동개혁 방안을 찾고 있다.

국내에도 국회에 가사특별법안이 제출되는 등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사회 안전망 움직임이 없진 않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는 긱워커를 외면하고 그림자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미디어에서도 긱워커에 대해 이분법적인 프레임으로 접근해 질 낮은 일자리로만 격하시키고 있다.

출퇴근을 하면서 임금을 받는 사람들의 일자리만 정답인 것처럼 여기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플랫폼 시대에 맞는 유연한 일자리에 사회적 관심을 기울이고, 긱워커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행복한 주부이자 홈클리너인 김순애 씨처럼 많은 중장년들이 당당하게 일하며 용기를 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게도 다양한 기회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