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만난 가족, 친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특별성과급을 받았으니 한턱 쏘라’고 하더군요.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스트레스만 받고 왔습니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에서 일하는 김모 과장은 고향인 부산에 내려갔다가 올라온 7일 “성과급만 생각하면 속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31일 삼성전자가 대규모 성과인센티브(OPI·옛 PS)를 임직원에게 일괄 지급했다는 언론 보도로 ‘억대’ 성과급이 연휴 밥상머리를 달궜기 때문이다. 실상은 전혀 다르다고 ‘삼성맨’들은 항변했다. 사업부 실적에 따라 OPI를 차등 지급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 전 계열사를 통틀어 OPI의 최대치(연봉의 50%)를 받은 부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관련 사업부뿐이었다. 삼성 전체 임직원의 10% 남짓이다.
실적 하락해도 성과인센티브는 ‘두둑’

삼성이 매년 1월 말 지급하는 OPI는 회사가 벌어들인 초과이익을 최대 20% 범위 이내에서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삼성만의 독특한 성과급 제도다. “동기끼리도 급여가 3배 차이가 나야 한다”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과보상 철학에 따라 2001년 도입됐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를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낸 원동력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회사 안팎에선 개인 및 조직의 능력과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기의 컴포넌트사업부가 대표적이다. 이 사업부 임직원은 “실적에 비해 성과인센티브가 턱없이 적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지난해 컴포넌트사업부 OPI는 20%로 2017년 8%에서 12%포인트 높아졌다. 영업이익은 2016년 1252억원에서 2018년 1조1200억원(잠정 실적 기준)으로 2년간 9배 급증했다. 반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등 일부 사업부는 실적에 비해 과도한 성과인센티브를 받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임원도 모르는 인센티브 고차 방정식

이런 차이는 초과 이윤의 일부를 임직원에게 돌려준다는 OPI의 기본 원칙 때문에 비롯됐다. 실적이 하락해도 이익을 내는 사업부는 대규모 성과급을 받지만 신사업에 진출한 부서는 이익을 낼 때까지 OPI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최근 들어선 OPI를 회사 사정과 업황에 맞게 바꾸는 계열사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2016년부터 OPI를 없애고 개인 고과에 따라 분기 성과급을 지급한다. 삼성전기, 삼성SDS 등은 전 사업부에 동일한 OPI를 준다. 반면 삼성전자는 업종 특성에 따라 OPI를 세분화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경쟁사들과 보수 수준을 맞추지 못하면 유능한 인재들이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다.

회사 안팎에선 20년 가까이 운영해온 OPI를 근본적으로 바꿀 때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직 개편, 인사 이동, 신사업 진출 등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의견 때문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진이 OPI라는 강력한 인센티브 때문에 장기 투자를 미루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OPI 산정 방식을 직원들이 이해하기 쉽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