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부족에 인플루엔자 유행 겹치자 각지서 비상대책 강구
고열 안나고 증상 가벼운 '숨은 인플루엔자'로 확산 심화

일본 열도가 인플루엔자 공포에 떨고 있다.

도쿄도(東京都) 내 의료기관 1곳당 환자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유행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SNS에는 "너무 심각하다.

위험천만"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감염 운전기사 증가로 버스 회사가 운행횟수를 줄이는가 하면 감염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직장을 아예 폐쇄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교도소에서 교도관과 재소자 300명이 집단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가운데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 중에서 감염자가 나오자 병동을 폐쇄하고 일정 기간 신규 입원을 중단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직장폐쇄·버스 운행단축·병동폐쇄'…日 인플루엔자 비상
31일 NHK에 따르면 JR 주오(中央)선 연변을 중심으로 노선버스를 운행하는 간토(關東) 버스는 한때 운전기사 15명이 인플루엔자에 감염되자 1월21일부터 닷새 동안 오기쿠보(荻窪)역-니시오기쿠보(西荻窪)역 주변 3개 노선 운행횟수를 평소보다 10% 줄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플루엔자 때문에 운행횟수를 줄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른 버스회사 관계자도 "우리 회사도 운항횟수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운전사가 부족한 버스업계가 인플루엔자 유행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의료기관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후쿠이(福井)현의 와카사타카하마병원은 복수의 환자가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자 병동 1개동을 1월21일부터 폐쇄, 31일까지 신규 입원을 받지 않았다.

이 병원 간호부장에 따르면 병동폐쇄와 신규 입원금지 조치까지 하게 된 데는 올해 유행 인플루엔자의 특징이기도 한 '숨은 인플루엔자' 특성도 작용했다.

인플루엔자는 고열 등의 증세가 나타나 감염사실을 금세 알 수 있지만 이번에 유행하고 있는 인플루엔자는 체온이 36도로 낮은데도 "양성"인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자각증상이 없는 환자가 바이러스를 퍼뜨려 감염이 확대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기업 인사와 위험 관리 전문가인 기타니 히로시(木谷宏) 현립 히로시마(廣島)대학 교수는 "인력부족으로 여유가 없어 '내가 쉬면 동료에게 피해가 간다'고 여겨 컨디션이 나빠도 출근하는 바람에 감염이 확산하는 악순환 외에 '숨은 인플루엔자'로 증상이 가벼워 병원에 가지 않고 출근하는게 감염확대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까지 의료기관 1곳당 환자 수가 64.18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도쿄에서는 아예 직장을 폐쇄한 사례도 나왔다.

시부야(澁谷)에 있는 직원 50명정도의 IT(정보기술)기업 섬라이트는 1월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사원들에게는 이메일 등으로 자택에서 업무를 보라고 지시했다.

이케도 사토루 사장은 "지금도 회사내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우글거리고 있을 것"이라면서 "유행이 진정될때 까지 '원격근무 권장 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평소에도 사무실 외의 공간에서 일하는 '리모트 워크'를 인정하고 있지만 전사원이 출근하지 않기는 처음이다.

사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직장폐쇄' 덕분인지 이 회사는 신규 감염을 막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직장폐쇄·버스 운행단축·병동폐쇄'…日 인플루엔자 비상
인플루엔자 유행이 본격화하기 전에 조기에 대처한 곳도 있다.

홋카이도(北海道) 하코다테(函館)시에 있는 종업원 10명 정도의 한 대형 서점은 인플루엔자가 본격 유행하기 전인 1월10일부터 닷새간 새벽 1시이던 폐점시간을 오후 9시로 4시간 앞당기는 단축영업을 했다.

고객과 접촉하는 기회를 줄여 종업원이 충분히 휴식을 취하도록 한 결과 감염확대를 막는데 성공해 이후 평소 영업시간으로 환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