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대 깜짝성장을 기록한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올해 1분기 1%대로 내려앉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중국과 유럽 등의 경기 둔화 여파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인한 생산·소비 부진 등이 겹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 전문가 5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미국의 전분기 대비 GDP 증가율은 작년 4분기 2.6%, 올해 1분기 1.8%(연율 환산 기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년 2분기 4.2%, 3분기 3.4% 성장한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은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 등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더라도 2분기 GDP 증가율이 2.5%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경기 둔화를 가속화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국발 경기 침체가 미국 경제에도 타격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수출 비중이 큰 미국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10억5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16억9000만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미·중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대규모 투자와 장기 프로젝트 등을 미루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부동산 경기 거품이 사그라들고 있는 것도 경기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은 주택 가격 상승세가 꺾이고 거래 건수도 감소하고 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작년 12월 미국의 기존 주택 매매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0% 줄어들었다고 집계했다. 높아진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미국 가계엔 부담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지난 28일 보고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이 더 이상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1%에서 올해 2.3%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CBO는 미국 경제가 2020~2023년엔 연평균 1.7%, 2024~2029년에는 연평균 1.8%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