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깜짝 구속' 뒤엔…'특검 도우미' 둘리 있었다
무죄를 확신하던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30일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배경에는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개발자의 증언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지사 측이 오락가락 진술을 번복하던 ‘드루킹(김동원)’에 대한 공격에만 몰두한 사이 허익범(사진) 특별검사팀은 킹크랩 개발자 ‘둘리’ 우모씨 진술을 통해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김경수 잡은 ‘특검 도우미’ 둘리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지사의 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를 다룬 1심 재판에서 특검 측은 지난해 두 차례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둘리의 발언을 통해 승기를 쥘 수 있었다. 수사에 비협조적이던 둘리는 지난해 12월 28일 마지막 공판에서 2016년 11월 9일 킹크랩 시연회 당시 김 지사의 참석과 지시 여부를 입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검이 시연회에 활용된 네이버 아이디와 로그기록을 모두 분석해 마지막 공판 때 공개한 것도 전세를 역전시킨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둘리는 지난해 11월 공판 때도 “김 지사가 ‘ㄷ’자 모양으로 배치된 책상의 가운데에 앉아 있었다”며 “김 지사 앞 테이블에 휴대폰을 놓고 버튼을 눌러서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말했다. 또 “드루킹이 (킹크랩) 개발 진행에 허락을 구했고,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인 걸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특검 관계자는 “아무리 많은 물증을 확보해도 어려워진 국면이었다”며 “물증과 직접 시연한 사람(둘리)의 증언이 맞아떨어지자 재판부도 둘리 주장을 신뢰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지난 30일 선고에서 “사후 조작이 불가능한 객관적인 물증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모두 부인하는 것은 죄질이 나쁘다”며 김 지사를 비판했다. 일각에선 둘리가 이번 수사에서 국정농단 사태 당시 ‘특검 도우미’로 불리며 수사에 협조한 장시호 씨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드루킹 공격에 몰두한 김경수

법조계는 김 지사 측의 패인이 “드루킹 진술만 무너뜨리면 유죄가 나오지 않는다”는 전략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드루킹의 진술 번복에 과도하게 기대했다는 것이다. 실제 드루킹은 고(故) 노회찬 의원에게 건넨 정치자금, 킹크랩 시연회 등과 관련해 수시로 진술을 바꿨다.

하지만 특검이 수집한 증거는 김 지사와 드루킹 간 주고받은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기록, 시연회 당일 네이버 아이디 로그 기록 등 드루킹 진술을 제외하고도 많았다. 특검의 디지털포렌식(PC 및 휴대폰 분석을 통한 범죄 증거 확보) 수사 성과였다. 특검팀은 지난해 7~8월 김 지사와 드루킹 측근에 대한 구속영장이 연달아 기각되자 부족한 수사를 보완하며 증거 분석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재판부는 선고에서 “일부 진술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객관적 사실 관계의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특별수사관 4~5명의 실무 인력만 남은 허익범 특검팀이 ‘수적 열세’를 딛고 7명의 변호사를 갖춘 김 지사 측을 상대로 예상 밖 ‘신승’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특검팀은 작년 6월 특검 1명과 특검보 3명, 파견검사 13명 등 총 87명의 역대급 규모로 출발했다. 하지만 대통령 측근 수사에 대한 부담으로 대부분 현업으로 돌아갔고 마지막 남았던 파견검사도 최근 복귀했다. 현재 허 특검과 박상융 특검보를 포함해 6~7명만 남은 상태다. 이 때문에 허 특검이 직접 재판에 출석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