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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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뭐 입지?'

청첩장을 받은 여성들의 고민은 하나다. 신부보다 돋보이면 안 된다는 여성들 간의 암묵적인 '약속'(?)이 있지만 그렇다고 대충 입을 수도 없기 때문에 하객 패션은 언제나 고민이다. 일반적으로 무채색 계열의 의상을 입고, 웨딩드레스와 같은 화이트 톤의 의상은 피한다. 자칫 너무 밝은 계열의 옷을 입었다가는 신부와 철전지 원수가 될 각오까지 해야한다.

20대 직장인 여성 A씨도 마찬가지였다. 직장 상사 B대리의 결혼식에서 부케까지 받아야 했기에 걱정이었다.

결혼을 앞둔 B대리는 "부탁할 사람이 없다"면서 남자친구도 없는 주임인 A씨에게 부케를 받아 달라고 애걸했다.

A씨는 신부의 부케를 받는 특별한 자리라 의상에 나름 신경을 썼다. 검은색 원피스에 흰색 리본이 달린 옷이었다. 아랫배가 살짝 있어 커버하기 위해 플레어 스타일을 입었다.

결혼식에서 A씨는 B대리에게 결혼 축하의 인사도 전하고, 부케도 무사히 받았다.

하지만 신혼여행을 다녀 온 B대리는 "솔직히 좀 실망했다"면서 "A주임이라면 눈치껏 입고 올 줄 알았는데 너무했다"며 적반하장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B대리는 "솔직히 나 살이 좀 찐거 알지 않냐"면서 "그렇게 몸이 드러나는, 흰색 들어간 원피스를 입고 올 거란 생각은 절대 못했다. 거기다 하이힐 신지 않았냐. 사진 보는데 주인공이 A주임인 것 같더라"고 지적했다.

또 "그래도 와서 부케까지 받아준 게 고마워서 말 안하려고 했는데 그날 너의 옷이 계속 생각이 난다"면서 "A주임은 축하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예쁘게 보이고 싶어 온 것 같다"고 따졌다.

A씨는 당혹스러웠다. 그는 회사를 다닐 때 선크림만 바르고 플랫슈즈만 신는 털털한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결혼식이었던 터라 구두는 7cm 굽의 평범한 블랙 슈즈를 신었고, 사진 찍는다고 해서 화장을 좀 한 것 뿐이었다.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축하하기 위해 갔는데 이런 지적을 받으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는 B대리에게 "오히려 제가 더 섭섭하다"면서 "이미 찍힌거 어쩔수는 없고, 유감스럽다"고만 속상한 마음을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A씨가 이같은 글을 올리자 네티즌들은 "사진을 봤더니 A씨가 신부보다 예뻐 보이니 화가 난 듯하다", "자기 결혼식이면 본인이 몸매 관리를 잘 하던가", "솔직히 신부 화장을 이길 수 없지 않나", "일부러 수수한 A씨에게 부케를 받아달라고 한 것 같다", "부케 받아달라고 사정 사정할 땐 언제고, 이제와서 무슨 매너없는 짓이냐", "A씨 옷차림은 적당한 것 같다. 가장 평범하고 정석적인 하객패션이다", "거지처럼 하고 가는 게 대리님께 더 실례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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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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