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멕시코에서 지난 2일 한국인 교민이 지인과 몸싸움을 하다 숨진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시신에서 심장과 뇌 등 장기가 사라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던 교민 A씨(35)는 현지에서 한국 지인 2명과 술을 마신 후 시비가 붙었다. 이후 몸싸움으로 번졌고 A씨는 그 과정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현지에서 A씨의 시신을 살핀 멕시코 부검의는 "외부 충격에 의한 뇌출혈은 아니다"라는 소견을 내놓고 자연사라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유족은 이 결과에 동의하지 않았다. A씨가 몸싸움 도중 둔기에 맞았거나, 이에 상응하는 외부 충격을 머리에 받아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것이다.

조선일보가 지난 28일에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시비가 붙었던 지인에게 뺨을 맞았고 그러다 뒤엉켜 바닥에 쓰러졌다. A씨는 폭행을 당한 뒤 쇠기둥에 머리를 부딪히는 장면도 CCTV에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멕시코 현지 부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시신을 인계받은 뒤 한국 국과수에 재부검을 요청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지난 21일 한국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재부검을 실시한 결과 시신에서 뇌·심장·위가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뇌출혈로 숨진 사람의 뇌가 없었기 때문에 국과수는 직접적인 사인을 가려내지 못했다. 다만 숨진 A씨의 뒤통수를 비롯한 신체 곳곳에서 멍을 발견했고 왼쪽 뺨에는 타박상도 있었다. 외부 충격이 가해졌다는 얘기다. 이는 "외부 충격이 없었다"는 멕시코 당국의 소견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유족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멕시코에서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고 현지 우리 대사관 경찰 영사는 '수사권이 없다'고만 한다. 외교 당국은 한국 국과수 부검의를 멕시코 현지에 파견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멕시코 측은 한국의 요청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범죄가 일어난 경우 한국 경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다. 수사권이 현지 경찰에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당국의 사법권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 나서서 수사할 수는 없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현지 경찰을 상대로 조치를 취할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A씨 부인은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국과수에서 외상 흔적이 많다는 소견을 냈으나 정확한 사인은 뇌를 검사해야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멕시코 병원에서 뇌와 위를 보내지 않아 사인 규명이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멕시코 경찰은 자연사라며 가해자 2명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뇌와 위를 받으려면 멕시코 정부를 움직여야 하는데 하루가 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29일 "멕시코 관계 당국으로부터 시신 일부를 수령해 이송 절차 중"이라고 밝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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