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추진 논란에 휩싸인 한국판 CES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가 29일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회는 청와대 주도로 10여 일만에 급조되면서 개막 전부터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기업들이 적극 나서면서 구색은 맞췄지만 전반적으로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대형 가전 양판점 보다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전시회에는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네이버, 코웨이 등 CES에서 주목 받은 국내기업 35곳이 참가했다. 주제는 ▲AR·VR ▲스포츠엔터 ▲헬스케어 ▲스마트홈·시티 ▲로봇 등 5개로 구성됐다.

화면을 돌돌 말았다 펴는 LG 롤러블 TV와 크기를 무한대로 늘릴 수 있는 삼성 마이크로 LED TV, 인공지능 홈 로봇 등이 전시회 메인으로 자리잡았다. 3D 초음파 태아 얼굴 촬영 VR, 휴대용 뇌영상 촬영장치,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제품 등 중소기업의 혁신제품도 나왔다. CES에서 소개된 제품이 그대로 전시됐다.
하지만 주요기업 5곳을 제외하면 규모와 완성도는 실망스러웠다. 30개 업체의 전시 부스는 두 사람이 서있기 비좁을 규모였다. 볼거리가 없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를 위한 전시회라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통령이 방문하는 첫 날을 제외하면 사원 한 명만 상주시킬 것"이라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니 홍보 효과는 있었다. 혁신 기술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시장을 찾은 일반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다만 전시회가 주말이 아닌 평일(화~목, 10시~18시) 오후에 열리는 만큼 숫자는 많지 않았다.

예정에 없던 비용을 쓴 기업을 중심으로 흥행참패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판 CES인 '한국전자전(KES)'이 매년 열리는 만큼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참가기업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어떻게든 진행된 만큼 최대한 많은 관람객들이 왔으면 좋겠다"면서도 "내년에 또 하자고 할까봐 걱정된다. 10월 열리는 한국전자전에 집중하거나 통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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