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모네 '까치'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어릴 때 누구나 설을 맞아 고향 가는 길, 세뱃돈 받을 생각에 흥겹게 불러봤을 노랫말이다. 설 명절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 노래는 윤극영 선생(1903~1988)이 1924년 작사, 작곡한 ‘설날’이다. 우리 조상들은 반가운 손님을 맞는 까치가 울면, 다음 날인 설에 친척과 친구들을 볼 수 있다고 믿었다.

유럽에도 까치를 그린 그림이 간혹 등장한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클로드 모네의 ‘까치’는 인상파 화가 모네가 눈 덮인 겨울철 까치를 명쾌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행운과 기쁜 소식을 전하는 전령사로도 알려져 있는 까치 한 마리가 몇 개의 나뭇가지로 엮은 문 위에 앉아 있다. 모네가 가난하고 힘든 무명 화가 시절에 까치와 눈 덮인 풍경을 환상적으로 화폭에 재현한 그림이다. 비록 알아봐 주는 이가 없다고 해도 아련한 희망을 벗하며 안빈낙도하고자 한 자신의 현실을 은유한 게 색다르게 다가온다.

인상파 화가들이 빛과 색채의 변화를 잡아내기 어려워 눈 그림을 꺼렸던 것과 달리 모네는 빠른 붓놀림으로 눈 풍경을 과감하게 시각화했다. 소재 하나하나에 신경 쓰며 고민한 흔적에서 대가의 집중력을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1869년 프랑스 최대 공모전인 ‘살롱’전에서 입상작에 들지 못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