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박고석 '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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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1세대 서양화가 박고석(1917~2002)의 예술 궤적은 극적인 삶과 한 몸이다. 평양에서 태어나 일본 니혼대 미술과를 졸업한 그는 해방과 동시에 월남했다. 6·25전쟁이 터진 뒤에도 한동안 서울에 머물다 1·4후퇴 때 부산으로 피란 간 그는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구호물자 시장에서 헌 옷을 팔거나 시계 행상, 밥장사를 했다. 한동안 추상미술에 빠진 그는 1968년부터 전국 명산을 찾기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산의 화가’가 됐다. 형식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스스로 택한 고립과 은둔 속에 오로지 ‘산 앞에서 느끼는 팽팽한 긴장감’을 화폭에 풀어냈다.
1978년 완성한 이 그림은 천연기념물 170호로 지정된 전남 신안군 홍도의 풍광을 차지게 잡아낸 작품이다. 해발 368m의 깃대봉을 중심으로 해안 절경과 쪽빛 바다 풍경까지 아울렀다. 녹색 광채를 뿜어내는 화면은 청색, 백색, 노란색과 어우러져 야생의 뜨거움으로 번지며 숭고미를 만든다. 거대한 산세와 바다의 파도는 군무(群舞)처럼 펼쳐지고 성악보다 우렁찬 선율을 뿜어낸다. 바라보는 대상으로서 홍도의 산세를 그린다기보다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는 동양정신을 불러냈다. 다른 화가의 산 그림과 섞어 놔도 딱 ‘박고석 것’이라고 짚어낼 수 있을 만큼 강렬한 색채 대비와 두터운 붓터치가 독특하다. 산이 사람이 되고, 사람이 산이 되는 경지를 꿰뚫은 박고석의 노련함이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1978년 완성한 이 그림은 천연기념물 170호로 지정된 전남 신안군 홍도의 풍광을 차지게 잡아낸 작품이다. 해발 368m의 깃대봉을 중심으로 해안 절경과 쪽빛 바다 풍경까지 아울렀다. 녹색 광채를 뿜어내는 화면은 청색, 백색, 노란색과 어우러져 야생의 뜨거움으로 번지며 숭고미를 만든다. 거대한 산세와 바다의 파도는 군무(群舞)처럼 펼쳐지고 성악보다 우렁찬 선율을 뿜어낸다. 바라보는 대상으로서 홍도의 산세를 그린다기보다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는 동양정신을 불러냈다. 다른 화가의 산 그림과 섞어 놔도 딱 ‘박고석 것’이라고 짚어낼 수 있을 만큼 강렬한 색채 대비와 두터운 붓터치가 독특하다. 산이 사람이 되고, 사람이 산이 되는 경지를 꿰뚫은 박고석의 노련함이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