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5년 올가와의 결혼 생활이 파경을 맞았을 때 제작한 이 작품은 피카소의 작품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17세기 초현실주의 미학을 응용한 걸작이다. 긴장감 속에 고통과 환희가 결합돼 있다. 중앙에 수직으로 팔을 뻗은 발레리나와 두 명의 무용수를 극단적 형태로 변형해 조형화했다. 다소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인상을 주는 안무와 색채감, 향기, 음악 등까지 아울렀다. 무용수의 사지는 분리되고 얼굴 윤곽선은 사방으로 흩어졌으며 곳곳에 악몽과 괴물 같은 모습이 보인다.
끔찍한 표정들, 빳빳한 털처럼 일어선 머리카락, 쇠못처럼 생긴 손가락 등이 비례와 균형감을 무시하면서도 운동감을 더 강조해 풍부한 역동성을 살려냈다. 불에 타 일그러지듯 왜곡된 무용수들의 육체는 화려한 색채와 만나 빛줄기처럼 발현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