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화가 조르주 루오(1871~1958)는 14세에 스테인드글라스 수습공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림을 처음 접했다.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앙리 마티스와 함께 귀스타브 모로에게 수학한 루오는 1903년 미술단체 ‘살롱 도톤(Salon d’Automne)’에 참여한 이후 야수파 장르에 천착했다. 주로 성서적 주제를 독창적으로 시각화했던 그는 “기독교도로서 나는 이 무모한 시대에 십자가 위의 예수만 믿는다”고 말할 만큼 그리스도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루오가 1936년 완성한 ‘십자가의 그리스도’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묶인 예수와 그를 애도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차지게 묘사한 걸작이다. 교조적인 성화(聖畵)나 권위적인 성상(聖像)보다는 인간의 고통과 멍에를 함께 아파하는 연민을 품고 있는 예수의 모습을 부각시켰다. 따뜻하면서도 엄숙한 색채와 선을 활용해 예수의 희생적 무게는 물론 지상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번뇌의 무게까지 담아냈다. 루오가 얼마나 인간에 대한 사랑을 따뜻하고 다양한 색채의 하모니를 통해 표현하려 했던가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 크리스마스 캐럴을 연상시키는 듯한 이 작품을 통해 성서처럼 평온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대가의 열정과 집념을 엿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