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스케어는 지난해 한국콜마에 인수된 뒤 서울 쌍림동에서 을지로3가로 자리를 옮겼다. 회사 근처에 오래된 맛집이 많아 즐거운 식도락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CJ헬스케어 임직원이 꼽은 회사 인근 맛집을 소개한다.

을지로 맛집을 꼽을 때 ‘을지면옥’을 빼면 간첩이다. 평양냉면 애호가의 ‘성지’인 의정부 평양면옥 창업주의 둘째 딸이 1985년 문을 열었다. 슴슴한 맛의 평양냉면에 파와 고춧가루를 뿌려주는 게 특징이다. 돼지고기 편육은 저녁 안줏거리로 그만이다. 편육을 새콤달콤하고 아주 약간은 매콤하기도 한 특제 간장소스에 찍어 먹으면 술이 술술 넘어간다.

회가 생각나는 날에는 ‘갯마을’을 찾는다. 1년 내내 손님이 끊이지 않고 예약하기도 힘든 곳이다. 메뉴는 감성돔회와 감성돔구이 딱 두 가지다. 한 접시 가득 투박할 정도로 가득 담겨 나오는 감성돔회는 쫄깃하고 고소한 맛에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한다. 물미역, 김 등 밑반찬을 곁들여 먹어도 일품이다. 회 접시가 바닥을 드러낼 즈음 나오는 얼큰한 매운탕과 조기구이까지 먹으면 배가 든든해진다.

‘대련집’은 60년 역사를 지닌 이 지역 대표 보쌈집이다. 가게 외관부터 범상치 않다. 오랜 세월을 증명하듯 건물은 허름하고 내부는 유물 같은 벽지로 둘러싸여 있다. 대표 메뉴는 배추보쌈(사진)이다. 누린내 없는 돼지고기 수육에 달콤한 배추가 어우러져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북어무침도 별미다. 달콤함과 매콤함이 환상적으로 조합돼 먹고 난 다음날에도 계속 생각이 난다.

꼭 오래돼야 맛집인 건 아니다. 이달 문을 연 따끈따끈한 중국집 ‘줄리아’가 그렇다. 바깥에서 보면 서점처럼 생겼다. 아직 간판도 없어 아는 사람만 찾는 숨은 맛집이다. 이 집 대표 메뉴인 마라샹궈와 마라탕은 갖가지 채소와 중국 당면, 건두부 등 풍부한 재료가 얼얼한 마라 소스와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목화솜의 부드러운 식감을 탕수육에 담은 목화솜 탕수육도 인기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