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씨(25)는 지난 24일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서 네이버페이의 ‘안전거래’ 기능을 사용해 미술용품을 구매하려다가 사기를 당했다. 판매자가 카카오톡 메신저로 보내준 네이버페이 링크를 따라가 결제를 했는데 가짜였던 것. 김 씨는 “네이버 구매페이지와 디자인이 똑같아서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판매자는 한 술 더 떠 “결제 수수료 1000원이 입금되지 않았다”며 “수수료를 합쳐 다시 송금하면 이전 결제가 자동 취소되니 돈을 한 번 더 보내라”고 요구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김씨는 결국 미술용품 2개 값에 수수료 비용까지 날리게 됐다.

◆카톡 링크 주고 가짜 결제페이지 접속 유도

27일 업계에 따르면 가짜 네이버페이 링크(URL)을 만들어 안전거래를 유도한 뒤 돈은 물론 개인정보까지 털어가는 신종 사기가 활개를 치고 있다. 안전거래는 ‘에스크로(물건 배송 전까지 입금된 돈을 3자가 보관하는 기능)’의 일종으로, 구매자가 먼저 네이버페이에 송금한 뒤 물건을 배송받고 수취를 확인하면 비로소 판매자 계좌로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개인 간 거래에서 돈만 챙기고 물건은 보내지 않는 악덕 판매자를 막기 위해 2016년 도입됐다.

가짜 페이지를 만들어 구매자를 유인하는 사기가 등장하면서 안전거래의 신뢰성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사기정보 공유 응용프로그램(앱)인 ‘더 치트’에 따르면 “가짜 네이버페이 링크에 당했다”는 피해 사례가 다수 올라와 있다. 대부분 중고거래 사이트에 자신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올려놓고 연락을 달라고 유인한 뒤 일대일 채팅으로 구매자가 구매를 결정하면 “안전거래를 선호한다”며 가짜 페이지 링크를 보내주는 수법이다.
가짜 페이지는 실제 네이버 구매페이지와 똑같이 디자인돼 있어 육안으로 구별이 쉽지 않다. 네이버 로그인 창이 뜨지만 아이디와 비밀번호란에 아무 글자나 쳐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며 이후 페이지에서 계좌이체 등을 하면 네이버페이 계좌가 아닌 사기범의 계좌로 입금된다.

◆빼낸 개인정보로 사기 행각 이어가기도

이처럼 돈만 빼가면 오히려 다행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매자가 가짜 페이지를 진짜로 믿고 입력한 아이디, 비밀번호가 고스란히 범죄자의 손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사기범들은 범행에 사용된 아이디가 공개되거나 폐쇄당하면 이렇게 탈취한 제3자의 아이디를 활용해 계속 사기 행각을 벌여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가짜 결제페이지에서는 네이버 로그인 창에서 아이디, 비밀번호 란에 어떤 글자를 치더라도 다음 페이지로 이동한다”면서 “안전한 중고 거래를 위해선 일단 로그인 창에 아무렇게나 넣어본 뒤 페이지가 넘어가는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정상적인 네이버페이 안전거래 결제 페이지는 주소에 ‘https’와 ‘naver.com’을 포함하고 있고 무통장 입금 시 예금주 이름도 국문으로 ‘네이버페이’라고 뜬다”며 “가짜 페이 사이트는 글자를 교묘하게 조합해 혼동할 수 있게 돼 있고 예금주 이름도 개인명의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