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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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무상교육을 할 때가 됐는가. 미국 민주당은 확실히 그렇게 생각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 신년 국정연설에서 대학 무상교육을 제안했고, 적어도 17개 주에선 이미 어떤 식으로든 실현됐다. 진보주의자 사이에선 대학 무상교육정책에 대한 지지가 거의 의무가 되다시피 했다.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전하려는 민주당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 줄리언 카스트로 전 샌안토니오 시장 등이 모두 시류에 편승해 대학 무상교육을 주장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유럽은 이미 대학 무상교육을 하고 있다. 미국에도 그런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다. 고등교육과 경제적 번영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선진사회에는 대학 교육을 받은 시민이 많지만 가난한 나라들은 그렇지 않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돈을 더 많이 벌고 실업을 경험할 확률이 낮다. 대공황 때도 전체 실업률은 10%가 넘었지만 학사 학위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은 실업률이 5%를 넘지 않았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4% 미만이었는데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의 실업률은 2% 수준이었다.

‘모두를 위한 대학(college-for-all)’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학 교육은 개인의 잠재 소득을 높이는 것 외에도 계량화하기 어려운 중요한 파급 효과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대학을 다니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대학 졸업자들은 의사소통을 더 잘하고 범죄를 적게 저지르며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이다.

대학을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의 상향 이동성과 성과주의가 촉진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다. 대학을 나온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는 더 좋아질 것처럼 보인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사회를 더 번영하게 한다면 모든 사람의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늘리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경제사학자인 리처드 베더 오하이오대 교수는 출간을 앞둔 새 저서에서 정부 보조금은 대학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정반대다.

얼마 전 베더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대학 무상교육정책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는 정부의 학비 보조가 증가할 때마다 대학 등록금이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등록금은 대학생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의 약 2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등록금을 보조하면 대학은 다른 비용을 인상할 것이고, 학생 부담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베더 교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대학 무상교육에 매우 강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학생 대부분이 가난하지 않다”며 “국립대에 다니는 학생들도 대부분 부유층 또는 중상위층 가정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학 교육이 가난한 학생의 미래소득 전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베더 교수는 그러기 위해선 우선 졸업을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대학생 40%가 졸업을 하지 않는다”며 “대학 중퇴율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또 “대학 중퇴율이 고교 중퇴율보다 훨씬 높다”며 “대학을 중퇴하는 학생들은 어느 정도 부채를 안고 있고 그들의 미래소득 전망은 고교 졸업생과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정부가 학비를 보조해 주면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학생까지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1970년엔 대학 졸업생의 12%가 소득 하위 25% 가정 출신이었다. 오늘날 이 비율은 10% 정도다. 베더 교수는 “대학 졸업생 중 가난한 학생의 비율이 줄었다”며 “입학생 중엔 가난한 학생이 늘었지만 졸업생 중에선 비율이 줄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대학을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더 나은 수단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미 대학 졸업생이 넘치고 있다는 강한 근거가 있다. 대학 졸업생 수는 대학 학위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 수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베더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일자리보다 대학 졸업자가 거의 50% 더 많았다. 대학 졸업자 중 학위가 필요 없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1300만 명이 넘는다.

고교 졸업 후 직업훈련을 받거나 곧장 취업하는 것이 더 나은 사람들까지 4년제 대학에 입학한다. 대학 등록금 보조금이 인센티브 구조를 왜곡하는 것이다. 진보주의자들은 대학 무상교육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좋은 생각은 아니다. 대학은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다. 다른 길을 선택했으면 더 성공적이었을 젊은이가 대학에 가면 막대한 빚만 지고 오히려 잘못될 수 있다. 대학을 가지 않고 용접공이 돼서 연 15만달러를 버는 일은 전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원제:Think College Is Expensive? Wait Until It’s Free

정리=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column of the week] 대학생 빚만 늘리는 등록금 보조금의 역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