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상권, 위수지역 폐지 큰 타격…평일 외출은 도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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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소비자 잡으려면 '바가지요금' 없애고 경쟁력 높여야 목소리도
외박지역 제한(위수지역) 폐지와 평일 일과 후 외출을 골자로 한 국방부 혁신안에 군부대 주변 상권이 술렁이고 있다.
숙박업을 중심으로 하는 상인들은 "가뜩이나 점점 죽어가는 상권이 더 힘들게 됐다"고 호소했다.
평일 병사들 외출이 허용되면 상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지난 22일 찾은 경기도 포천시 일동 터미널 주변 거리는 위수지역 규정으로 생긴 대표적 상권이다.
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일과 병사들이 나오는 주말의 매출이 많게는 5배 이상 차이 날 정도로 군 장병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인근 사단 병력 상당수가 타 지역으로 이전한 최근에도 주말에는 PC방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지역 인근 사단에서는 이달 말부터 위수지역 폐지와 평일 외출 제도를 차례로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초 위수지역 폐지가 논의됐을 때는 거리에 이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가득했지만, 이날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상인은 "이미 국방부에서 시행한다고 발표까지 해 포기한 분위기"라고 암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위수지역 폐지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피해를 호소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47·여)씨는 "교통이 편리해 지면서 점프(외박 때 지역 제한을 어기고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을 말하는 은어)를 뛰는 병사들이 많아지며 매출이 급감했다"며 "지역 제한까지 없어지면, 여건이 더 좋은 포천 시내나 의정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숙박업소의 위기감은 더 컸다.
대형 모텔을 운영하는 A(66·여)씨는 "제한이 없어지면 나라도 여기서 안 묵을 것 같다"며 "주말만 보고 장사하는 터라 가격을 갑자기 많이 내릴 수도 없고, 답답한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위수지역은 이미 유명무실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상인들 대다수는 "매출에 직격탄을 맞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는 2월부터 병사들의 평일 외출이 가능해지며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외출 시간이 일과 후∼점호 전 약 4시간 정도로 외박에 비교해 짧고, 조건이나 외출 인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50)씨는 "이동 시간을 빼면 외출이 길지 않아 잠깐 개인적 용무를 보면 끝날 것"이라며 "상권이 활성화될 정도로 소비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주인 정모(44)씨도 "부대에서 밥을 먹고 나와 잠깐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병사들이 대다수일 것 같다"며 "매출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주말 대목만 보고 장사를 하는 터라 가격을 많이 내릴 수도 없는 사정"이라며 "접경지 주민으로서 희생만 하고 살았는데 또 희생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제도가 변하는 만큼, 군인 소비자를 잡으려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점주 B씨는 "어차피 위수지역은 오래전 유명무실해졌고, 제도가 바뀌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며 "비용이 들어 어려움이 있겠지만, 군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고 이 동네에서 즐길 수 있도록 좋은 요인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소비층인 군인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이날 일동 터미널 근처에서는 전역한 병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직전까지 이 상권의 주 고객이었던 이들은 "PC방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입을 모았다.
PC방은 병사들이 외출, 외박 때 가장 즐겨 찾는 곳이다.
주말에는 오전에 PC방이 만석이 돼 미리 자리를 잡아 두고 식사를 하러 나가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한 전역 병사는 "요금이 시간당 1천500원 정도로 비싸고, 주말에는 할인을 위한 회원 가입도 못 하게 해서 화가 날 정도였다"며 "거기다 컴퓨터 성능도 좋지 않아 게임을 하기 위해 외박 때 의정부까지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숙박비가 비싸다는 지적도 많이 나왔다.
주말 평균 숙박비는 6만∼10만원 선으로 도심에 비해 비싼 편이다.
거기에 오전에 방을 잡으면 대실료까지 추가로 내야 하고, 한 방에 여러 명이 들어가면 인원수에 따라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또 다른 전역 병사는 "선택의 폭이 제한적인 군인들의 약점을 이용하는 바가지요금이 아직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군부대 주변 상권을 이용하지 않는 군인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올해 2월부터 병사들의 평일 일과 이후 외출을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평일 일과를 끝내고 일석점호 시간인 오후 9시30분까지 약 4시간 부대 밖으로 외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1월부터 외박지역 제한을 폐지하는 혁신안이 발표됐다.
제도 시행 시점은 부대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며, 자동차로 일정 시간 내 복귀할 수 있으면 지역 제한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연합뉴스
외박지역 제한(위수지역) 폐지와 평일 일과 후 외출을 골자로 한 국방부 혁신안에 군부대 주변 상권이 술렁이고 있다.
숙박업을 중심으로 하는 상인들은 "가뜩이나 점점 죽어가는 상권이 더 힘들게 됐다"고 호소했다.
평일 병사들 외출이 허용되면 상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지난 22일 찾은 경기도 포천시 일동 터미널 주변 거리는 위수지역 규정으로 생긴 대표적 상권이다.
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일과 병사들이 나오는 주말의 매출이 많게는 5배 이상 차이 날 정도로 군 장병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인근 사단 병력 상당수가 타 지역으로 이전한 최근에도 주말에는 PC방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지역 인근 사단에서는 이달 말부터 위수지역 폐지와 평일 외출 제도를 차례로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초 위수지역 폐지가 논의됐을 때는 거리에 이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가득했지만, 이날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상인은 "이미 국방부에서 시행한다고 발표까지 해 포기한 분위기"라고 암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위수지역 폐지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피해를 호소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47·여)씨는 "교통이 편리해 지면서 점프(외박 때 지역 제한을 어기고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을 말하는 은어)를 뛰는 병사들이 많아지며 매출이 급감했다"며 "지역 제한까지 없어지면, 여건이 더 좋은 포천 시내나 의정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숙박업소의 위기감은 더 컸다.
대형 모텔을 운영하는 A(66·여)씨는 "제한이 없어지면 나라도 여기서 안 묵을 것 같다"며 "주말만 보고 장사하는 터라 가격을 갑자기 많이 내릴 수도 없고, 답답한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위수지역은 이미 유명무실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상인들 대다수는 "매출에 직격탄을 맞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는 2월부터 병사들의 평일 외출이 가능해지며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외출 시간이 일과 후∼점호 전 약 4시간 정도로 외박에 비교해 짧고, 조건이나 외출 인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50)씨는 "이동 시간을 빼면 외출이 길지 않아 잠깐 개인적 용무를 보면 끝날 것"이라며 "상권이 활성화될 정도로 소비를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주인 정모(44)씨도 "부대에서 밥을 먹고 나와 잠깐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병사들이 대다수일 것 같다"며 "매출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주말 대목만 보고 장사를 하는 터라 가격을 많이 내릴 수도 없는 사정"이라며 "접경지 주민으로서 희생만 하고 살았는데 또 희생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제도가 변하는 만큼, 군인 소비자를 잡으려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점주 B씨는 "어차피 위수지역은 오래전 유명무실해졌고, 제도가 바뀌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며 "비용이 들어 어려움이 있겠지만, 군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고 이 동네에서 즐길 수 있도록 좋은 요인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소비층인 군인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이날 일동 터미널 근처에서는 전역한 병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직전까지 이 상권의 주 고객이었던 이들은 "PC방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입을 모았다.
PC방은 병사들이 외출, 외박 때 가장 즐겨 찾는 곳이다.
주말에는 오전에 PC방이 만석이 돼 미리 자리를 잡아 두고 식사를 하러 나가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한 전역 병사는 "요금이 시간당 1천500원 정도로 비싸고, 주말에는 할인을 위한 회원 가입도 못 하게 해서 화가 날 정도였다"며 "거기다 컴퓨터 성능도 좋지 않아 게임을 하기 위해 외박 때 의정부까지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숙박비가 비싸다는 지적도 많이 나왔다.
주말 평균 숙박비는 6만∼10만원 선으로 도심에 비해 비싼 편이다.
거기에 오전에 방을 잡으면 대실료까지 추가로 내야 하고, 한 방에 여러 명이 들어가면 인원수에 따라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또 다른 전역 병사는 "선택의 폭이 제한적인 군인들의 약점을 이용하는 바가지요금이 아직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군부대 주변 상권을 이용하지 않는 군인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올해 2월부터 병사들의 평일 일과 이후 외출을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평일 일과를 끝내고 일석점호 시간인 오후 9시30분까지 약 4시간 부대 밖으로 외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1월부터 외박지역 제한을 폐지하는 혁신안이 발표됐다.
제도 시행 시점은 부대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며, 자동차로 일정 시간 내 복귀할 수 있으면 지역 제한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