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마크롱, 엘리제협정 대체 '아헨 협정' 서명…"포퓰리즘·국가주의 대응"



프랑스가 독일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의 지원군으로 나선다.

또 유럽연합의 '쌍두마차'인 양국은 브렉시트와 포퓰리즘, 국가주의 등 유럽연합(EU)의 핵심 가치들을 위협하는 안팎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골자로 한 새 우호 협정을 반세기만에 체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엘리제 협정 체결 56주년인 이날 독일 서부 아헨에서 새 우호 협정에 서명했다.

이날 체결된 협정은 1963년 1월 22일 양국의 해묵은 갈등과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 맺은 '엘리제 협정'을 강화하는 것이다.

16페이지 분량의 이번 협정은 외교·국방 정책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범죄와 테러, 경제 통합,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양국은 독일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기로 했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후 1945년 연합국의 일원으로서 유엔 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에 포함됐다.

그러나 패전국인 독일은 그동안 상임이사국 못지않은 국력과 국제적 영향력을 키웠지만 상임이사국이 되지 못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간헐적으로 유엔 안보리 개혁론과 맞물려 자국의 상임이사국 지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적도 있다.

양국은 또 경제적으로는 공통의 규정을 가진 독일-프랑스 경제구역을 설정하고, 경제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위원회를 만들어 '경제 통합'을 심화하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

또 양국은 유럽군의 작전 능력을 키워 'EU' '나토'의 힘을 키우는데도 협력하기로 했으며, 양국간 공동 방위 및 파병의 길도 열었다.

조약은 양국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새로운 우호 협정은 조인식이 열리는 도시의 이름을 따 '아헨 협정'으로 불리게 된다.

아헨은 서유럽 통합의 기초를 마련한 샤를마뉴 대제의 거처였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이번 협정은 유럽연합(EU)의 주요 축을 이루는 두 나라가 결속을 다지고, 브렉시트 등으로 약화하는 EU의 구심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EU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러시아의 위협 등에 직면해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극우세력의 부상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오는 5월 유럽의회 총선에서는 극우, 민족주의 정치 세력이 득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아헨시청에서 열린 협정 조인식에서 "포퓰리즘과 국가주의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새 조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4년이 지난 현재, 당연시되던 인간의 삶의 영역에 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가 협력 방향을 다시 정의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협정은 유럽의 자유로운 이상을 떠받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에 대한 위협은 밖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라며 "우리가 시민의 분노에 대응하는 데 실패하면 우리 사회 안에서도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은 책임감을 갖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국민전선의 후신)의 마린 르펜 대표는 이번 협약이 프랑스의 알자스 지방을 독일에 양보하고 프랑스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 지위를 독일과 나누기 위한 것이라고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

또 동유럽 등지의 일부 EU 회원국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의 새 협정을 유럽연합 전체를 위한 것이 아닌 '양국 우선주의'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BBC가 전했다.

폴란드 출신의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의 안녕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며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는 소규모의 협력이 결코 유럽 전체의 대안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이터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