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개인도 5000만원 있으면 전문투자자 된다
금융위, 자격 요건 대폭 완화
연소득 1억·순자산 5억 충족시, 장외파생상품 등 제한없이 투자
자본금 5억 이상 요건 갖추면 中企 투자중개사 설립할 수 있어
금융당국은 전문투자자 자격을 쉽게 하고 중기 투자중개회사를 설립하면 벤처·중소기업에 자금을 유입시키면서 투자자들에게는 이익을 안겨주는 ‘모험자본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 전문투자자 문턱이 크게 낮아지면서 금융회사들의 불완전 판매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투자자 되기 쉬워진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1일 인천 검단공단에 본사를 둔 전자칠판 제조업체 아하정보통신을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 혁신과제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가 혁신기업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내놓은 12개 자본시장 혁신과제 중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와 ‘중기 투자중개회사 도입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금융위는 개인 전문투자자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이달 중 입법예고키로 했다. 현재 전문투자자는 금융투자상품 잔액이 5억원 이상이면서 연 소득 1억원 이상 혹은 총자산 10억원 이상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상품 잔액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 △연 소득 1억원 이상 개인 혹은 부부 합산 1억5000만원 이상 가구 △주거 중인 주택을 제외하고 순자산 5억원 이상 등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전문투자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요건이 되는 금융상품에서 국고채, 머니마켓펀드(MMF) 등 초저위험 상품은 제외된다. 어느 정도 위험 투자를 하는 개인에게 전문투자자 자격을 주겠다는 취지다.
또 지금은 전문투자자가 될 수 없는 감정평가사·세무사·변리사·변호사·회계사 등 국가 공인자격증 보유자와 금융투자회사 임직원 중 관련 직무 종사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새롭게 전문투자자가 될 수 있는 개인이 37만~39만 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2648명에 불과한 개인 전문투자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투자자는 비상장 주식을 비롯해 신용등급 ‘BB’ 이하 채권, 사모펀드, 원금비보장형 파생결합증권 등 초고위험 금융상품에도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회사가 전문투자자 관련 불건전 행위를 할 경우 1억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中企 전문 투자중개회사 도입
중소기업 자금조달을 돕는 전문 금융회사를 차리기도 쉬워진다. 금융위는 올 1분기 안에 자본시장법에 전문 사모 투자중개업을 새로 넣기로 했다. 자본금 5억원 이상, 자산 총액 1000억원 미만, 전문인력 2명 이상 등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중기 투자중개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중기 투자중개회사는 전문투자자를 상대로 한 중소기업의 사모증권 발행 중개와 유통 등을 전문적으로 맡는다. 자산 양수도나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 자문을 부수업무, 대출 중개·주선·대리는 겸영업무로 할 수 있다.
기존 금융회사에는 중기 투자중개회사 지분을 20% 정도까지만 보유하도록 제한을 둘 방침이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발행어음을 찍어 마련한 자금을 중기 투자중개회사를 거쳐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경우 해당 금액만큼 기업금융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전문투자자 제도가 활성화되면 자본시장에 개인 큰손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클 것”이라면서도 “경기 하강 논란이 있는 시기에 개인 자금을 위험자산 투자 쪽으로 유인한다는 점은 다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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