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쓰던 수술 기록지, 이젠 말로 하면 자동 작성
치루환자 수술을 끝낸 김종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외과 교수(사진)가 펜과 종이 대신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열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은 채 수술 경과를 이야기한다. 수술 전 상태가 어땠는지, 수술 중 어느 부분을 절개하고 어떤 수술을 했는지 등을 말로 하면 자동으로 수술기록지가 작성된다. 이전에는 모두 손으로 작성했다. 기록하는 데 드는 시간이 줄고 작성 과정도 한결 편해졌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셀바스AI의 인공지능(AI) 의료녹취 솔루션인 셀비 메디보이스를 수술 및 회진경과기록지 작성에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21일 발표했다. 이 솔루션을 수술 분야에 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자 진료에 활용한 것은 지난해 10월 영상의학과에 도입한 세브란스병원에 이어 두 번째다.

셀비 메디보이스는 프로그램에 등록한 의료진의 목소리로만 작성할 수 있다. 이 병원 신동우·김종완 외과 교수, 김영우 정형외과 교수, 김종근 비뇨의학과 교수, 김의명·임우영 레지던트 등 6명은 4개월 동안 1만2000개 문장, 단어 등을 녹음해 AI가 학습하도록 했다. 의료진이 평소 자주 쓰는 약어, 전문용어 등도 미리 입력했다. 이들이 앱을 열고 말하면 자동으로 기록지가 작성되고 전자의무기록(EMR)으로 전송·저장된다.

이 병원은 지난해 11월 처음 솔루션을 도입했다. 한 달간 사용해 보니 수술 및 회진기록서 작성에 드는 시간이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의사 한 명의 의무기록지 작성시간은 하루평균 25분 정도 줄어 한 달 동안 500분가량을 아낄 수 있었다. 신동우 교수는 “진료 및 연구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