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조짐은 작년 봄 한·미 FTA 개정 협상 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현종 본부장과 실무자들 간에 마찰이 적지 않았고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과 김 본부장 간 인사를 둘러싼 갈등으로 통상본부 내 주요 보직이 6~7개월 공석으로 남아 있기도 했다. 팀워크에 문제가 생긴 와중에 대미 철강 수출 쿼터가 축소됐고 터키와 캐나다, 유럽연합(EU)으로부터 철강 긴급수입 제한(세이프가드) 조치를 당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자동차 관세 부과나 쿼터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은 한국산 반도체 반독점 조사를 예고했고 일본은 조선업 정부 지원을 문제삼아 한국을 WTO에 제소했다.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지난해 발효됐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가입 여부 입장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통상파고는 점점 높아지는데 앞장서 헤쳐나가야 할 통상교섭본부 자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정부 책임도 없지 않다. 정부가 통상보다는 외교, 특히 대북 관계개선에만 매달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통상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교섭본부장의 장관급 격상 문제가 쏙 들어간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통상은 경험과 전문성이 다른 분야보다 훨씬 더 필요한 분야다. 지금처럼 전문가 라인이 무너지고 조직이 흔들린다면 외교 참사에 이어 통상 참사가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오늘의 한국을 만든 것은 수출이며 지금도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수출의 낙수효과가 사라졌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이러다간 자칫 글로벌 무역전쟁 와중에 한국만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