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회담→트럼프 면담서 '김정은 친서' 전달…2차정상회담 계획 이르면 오늘 발표
영변핵 폐기 등 北비핵화-제재완화 등 美상응조치 논의…ICBM 폐기 의제 주목
스웨덴서 실무협상도 가동…고위급-실무협상 투트랙, 2차 핵담판 준비 급물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7일(현지시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도착, 2차 북미정상회담 조율 등을 위한 2박3일의 방미 일정에 돌입했다.
18일에는 김 부위원장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고위급 회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면담을 거쳐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발표될 것으로 보여 그의 '워싱턴 담판'의 결과가 주목된다.
고위급회담과 별도로 북미 간 실무협상도 스웨덴에서 가동돼 '투트랙' 협의가 돌아가는 등 2차 핵담판 준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베이징발(發) 유나이티드항공(UA808) 편으로 이날 오후 6시32분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북한 관리가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에 직항편으로 입국한 것은 김 부위원장이 처음이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5월 말 고위급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았을 때, 뉴욕 JFK공항으로 입국해 회담 후 차편으로 워싱턴을 당일치기로 방문했다.
미 국무부는 김 부위원장의 방문 및 일정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으나, 대북 실무협상을 이끌고 있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공항에 나와 김 부위원장을 영접했다.
덜레스공항이 철통 경호에 들어간 가운데 비행기 도착 1시간쯤 후인 오후 7시 35분께 김 부위원장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대형 SUV 차량 5대가 공항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김 부위원장이 공항을 떠날 때 비건 대표와 함께 '박철'이라는 북한 당국자가 함께 포착됐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박철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이라고 소개했으나 이 직책을 겸하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2015년 사망한 이후 위원장이 누구인지 확정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은 공항고속도로인 267번 도로를 이용해 워싱턴으로 들어가, 백악관과는 북쪽으로 1마일(1.6㎞)가량 떨어진 듀폰서클호텔에 도착해 첫날밤을 묵었다.
그는 정문에 대기하던 취재진을 피해, 건물 옆의 별도 출입구인 '화물용 쪽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일부 외신에 포착됐다.
김 부위원장은 워싱턴DC 도착 이틀째인 18일 오전 11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북미 고위급 회담을 하는 등 2차 북미정상회담 최종 조율을 위한 본격적 일정에 돌입했다.
김 부위원장 방미와 관련해 침묵하던 미 정부는 이날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동 일정을 공개, 그의 방미를 처음 공식 확인했다.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의 양자 협의는 지난해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정상간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7월 6∼7일 평양에서 회담한 후 6개월여만이다.
당초 지난해 11월8일 뉴욕에서 북미고위급 회담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측이 막판에 연기를 요청, 무산된 바 있다.
이날 회담은 2차 북미정상회담 로지스틱스(실행계획) 및 의제를 조율하는 자리로, 일단 북미정상회담 시간과 날짜에 대한 북측의 입장이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회담 장소로는 베트남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흐름 속에 수도인 하노이과 다낭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시기는 준비 시간 등을 감안, '2월말∼3월초' 개최설이 거론돼온 가운데 2월 내로 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예비담판 성격의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는 미국이 요구하는 가시적 비행화 실행조치와 제재완화, 종전선언 등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간 맞교환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핵목록 신고 등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완화는 없다고 강조해온 미국과 상응조치에 따라서는 영변 핵시설 폐기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북한이 어느정도 수준에서 절충점을 찾을 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영변 핵시설 사찰 허용 등 폐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해외 반출과 개성공단 재가동 등 일부 제재완화를 맞바꾸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평화협정 등을 논의하기 위한 다자회담 체제 가동 문제 등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김 부위원장은 고위급회담에 이어 백악관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비핵화 등에 대한 '중대 결심'을 전달할지, 트럼프 대통령이 파격적인 상응조치 등을 내놓을지 등이 관심을 모은다.
AFP통신은 김 부위원장이 숙소인 호텔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이른 오찬을 함께 하고 백악관으로 향할 것 같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의 면담이 끝난 뒤 이르면 바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고위급회담과 잠재적인 트럼프 대통령 면담의 결과로 2차 북미정상회담 계획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을 하거나 별도의 부대일정을 소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워싱턴에서 묵는 것은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4박5일간 방문한 후 19년 만이다.
조 부위원장은 백악관 인근의 메이플라워 호텔에 투숙했다.
김 부위원장은 2박3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친 뒤 19일 베이징을 경유하는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 통역관 등 총 5명인 김 부위원장 일행은 19일 오후 3시 35분 워싱턴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에어차이나 항공편을 예약한 상태다.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의 고위급회담과 별도로 북한과 미국의 외교관들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협상에 착수했다고 로이터 통신과 AP 통신이 외교 소식통과 현지언론을 인용해 18일 보도했다.
특히 북한에서 대미관계와 핵 협상 실무를 담당하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차관)과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협상에 나선다고 스웨덴의 뉴스통신사 TT가 전했다.
다만 김영철 부위원장을 공항에서 영접한 비건 특별대표는 주말에 스웨덴으로 갈 것으로 전망돼왔다는 점에서 양측의 실무협상은 주말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에서의 북미 고위급 협상에 바로 이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북한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비건-최선희 라인의 실무협상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