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뉴스래빗이 맛집을 찾는 '까칠한'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그것도 대한민국 전국 단위로 말입니다. 여행지 맛집 찾을 때 가장 궁금한 게 '로컬(local·지역민) 맛집'이죠. 그 '로컬 맛집'을 어떻게 아냐구요?

비밀은 바로 '세금'에 있습니다. 뉴스래빗이 결정적 힌트를 드립니다. 맛있는 집이라면 반드시 다시 방문하게 되어 있는 법이죠. '재방문'은 만족도를 증명하는 가장 분명한 행위입니다. 재방문을 많이 했다면 '단골'이 되고, 그만큼 그 집에 쓴 돈도 많아지겠죠.

뉴스래빗은 '로컬'들이 '재방문'하는, 맛집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알짜배기 목록을 확보했습니다. 그것도 정부 공식 공개 데이터에서 추출한 믿을 만한 '진짜배기' 정보입니다.

이른바 '맛있는 데이터저널리즘' #세금미식회.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전국 106만6288명(2018년 9월 30일 기준) 공무원들. 이들 100만 공무원이 업무추진비, 즉 국민의 세금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굴한 '공공의 맛' 지도를 여러분께도 공유드립니다.
#세금미식회 ①편은 '미식의 천국' 제주도 '진짜배기' 로컬 맛집을 찾아 날아가봅니다.
#혼저옵서예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광역자치단체 17곳은 업무추진비를 의무 공개한다.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쓰는 돈이다. 하루에 한 번 공개하는 곳도 있지만 1년에 한 번 몰아서 공개하기도 한다.

뉴스래빗은 제주특별자치도가 공개한 업무추진비 내역 전수를 분석했다. 총 3178개 문서에서 지출 내역 3만6807건을 수집했다. 도지사 및 부지사, 제주도청 본청, 소속행정기관(소방서·보건소·문화센터·도서관 등)의 지출 내역을 포함한다. 부서에 따라 길게는 2007년부터 어디에 세금을 써왔는지 낱낱이 알 수 있다. 하위 행정구역(제주·서귀포시)의 업무추진비는 해당 지자체에서 별도 공개하기 때문에 제외했다.

제주도가 지출 장소를 명시한 곳 중 음식점만 추렸다. 해당 음식점에 쓰인 업무추진비 전액이라고 보긴 어렵다. 아예 장소가 써있지 않거나, '음식점' 등으로 뭉뚱그려 표기한 내역이 많기 때문. 다만 파악 가능한 집행 횟수나 액수는 분명한 '맛집의 증표'인 만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각도로 분석했다.
제주도 공무원들이
12년간 가장 사랑한 맛집

외지인에게 입소문난 식당과 지역민이 자주 찾는 식당은 대부분 다릅니다. 놀러 가는 입장에선 '로컬 맛집'이라고 써놓은 대로 믿을 수밖에 없죠. 물어볼 토박이 지인도 없으면 도대체 '로컬 맛집'은 어떻게 찾을까요.

제주도 공무원들이 지난 12년 간 불철주야 사랑한 로컬 맛집 '톱20'을 한 번 볼까요.

업무추진비가 가장 많이 쓰인 식당은 '어장군'입니다. 전복뚝배기, 갈치·고등어·우럭조림, 돔베고기 등을 파는 식당입니다. 제주도청 정문에서 직선 거리로 약 25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죠. 제주도가 공개한 업무추진비 전체 내역 중 총 8471만4500원이 이 식당 밥을 먹는 데 쓰였습니다.

어장군 다음으로는 '추자본섬'에 7839만5200원, '오죽일식'에 6762만3000원, '유지식당'에 6628만5000원, '천하일품'에 6508만2700원을 썼네요. 상위 5곳 중 3곳이 해산물 식당이라니 가히 제주답다 할 만하네요.


제주도 공무원들의 어장군 사랑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2016년 985만4000원에서 2017년 2754만2000원, 2018년 2954만원으로 매해 지출액이 늘고 있거든요.


다른 식당과 비교해봐도 어장군은 확실히 제주도 공무원들에게 '요즘 핫한' 곳입니다. 지출 액수 기준 2015년 10번째, 2016년 11번째에 머무르다가 2017~2018년 급상승했거든요. 특히 2018년엔 2번째 지출처인 '강명선샤브샤브(2165만800원)'보다 800여만원 더 많은 2954만원을 썼습니다.

12년 업무추진비 87억,
2016년 김영란법 첫해 줄더니


2019년 1월 18일 기준 제주도가 공개한 업무추진비 내역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총 3만8607건입니다. 액수가 총 87억1095만3554원에 이릅니다. 모든 부서와 기관이 2007년부터 공개한 건 아닙니다. 2014년부터 연도별 합산 금액이 10억원을 넘었죠.


공개된 업무추진비 금액이 가장 큰 해는 2015년입니다. 공개된 내역으로만 한 해동안 15억9670만9694원을 썼네요. 이후 지출 규모는 1년에 10억원 중반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2016년엔 허리띠를 강하게 졸라맨 듯 보입니다. 한 해만에 업무추진비 지출이 4억원 이상 줄었죠. 2016년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첫 해입니다. 이후 2017년, 2018년엔 13~14억원 수준으로 다시 늘어나 2015년에 가깝게 쓰고 있습니다.

해산물>흑돼지>한식
제주다운 메뉴 선호도


제주도청 공무원이 가장 선호하는 메뉴는 해산물입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공개된 역대 업무추진비를 다 합해 상위 20곳을 추린 결과입니다.


총 지출액 상위 20곳 중 9곳이 해산물집입니다. 돼지고기집과 한식집이 각 4곳씩, 소고기집은 2곳, 삼계탕집은 1곳입니다. 대부분 제주도청이 위치한 시가지 내에 있죠. 회사원이라면 업무상 식사로 으레 찾는 중국요리집, 양식집 등이 상위권에 없는 점이 이색적입니다.

제주는 '관광도시'입니다. 특산물을 재료로 한 맛집이 넘치죠. 하지만 제주도청 공무원들은 멀리 나가지 않는다는 걸 지도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 거주한 직장인 김모씨(40)에게 물으니 "'톱 20'엔 신흥 강호와 노포가 뒤섞여 있다"라며 "주로 제주공항 앞 신제주 부근 맛집과 공항에서 가까운 용두 해안도로 인근 맛집을 자주 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업무추진비 3건 중 1건
'출처 없음'


제주도 업무추진비를 정리해보니 부서를 막론하고 '먹은 내역'으로 가득합니다. 지출 건마다 써있는 지출 목적을 빠르게 훑어만 봐도 상당수가 '간담회' 건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간담회는 대부분 식사를 동반합니다.

업무추진비를 사용처별로 분리해봐도 상품권 등을 구입하는 제주은행, 상비용 간식이나 소모품을 구매하는 마트를 제외하면 지출 규모 면에서 '톱20' 음식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사용처가 없습니다.


다만 이는 출처가 명시된 내역에 한합니다. 사실 업무추진비 전체 내역 3만6807건 중 1만3619건엔 사용 장소가 기재돼있지 않거든요. 3건 중 1건은 어디에서 썼는지 제주도민이 알 수조차 없는 셈입니다. 업무추진비는 2011년부터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정확히 의무 공개해야 하는 사항인데 말이죠.

업무추진비로 간담회를 열고 식사를 함께 하는 것 자체를 나쁜 일로 볼 순 없습니다. 다만 도민의 세금으로 하는 일인만큼 보다 꼼꼼할 필요는 있습니다. 업무추진비의 근간인, 세금을 납부한 제주도민과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적인 알권리 문제이니까요.

세금미식회 ②
계속됩니다


맛집, 어디서 찾으시나요.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한 번 먹어봤을 뿐인' 이들의 후기를 보며 갸우뚱하고 계신가요. 혹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음식 사진 때깔만 보고 '하트' 누르시나요. 아니면 골목식당이나 수요일마다 나오는 미식회 같은 TV 프로그램 보고 줄 서시나요.

뉴스래빗 #세금미식회가 전국 맛집을 찾는 새로운 대안이 되겠습니다. 지역·메뉴·부서별로 업무추진비를 파헤쳐 '공무원이 다시 찾는 맛집'을 쌓아나갑니다.

독자 여러분이 처음 가본 지역에서 맛집을 찾고자 하면 망설임 없이 #세금미식회를 즐길 수 있게 말입니다. 전국 106만 공무원이 십수년동안 거듭 방문해 업무추진비인 세금 수십~수백억원을 쏟아부은 곳이라면 '맛집'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혹시 아나요.

이렇게 공공의 맛집을 찾다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서 심각한 '세금 낭비'의 빈 틈이라도 발견될지. #세금미식회는 계속됩니다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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