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사무관과 서기관 열 명 중 세 명꼴로 윗선으로부터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폭로한 외압 의혹과 비슷한 사례가 공직사회에 적지 않게 퍼져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조사 결과다.

한국경제신문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사무관과 서기관(팀장 미만) 64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현 정부 들어 부당하거나 불합리하다고 느껴진 업무지시가 내려온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29.7%가 ‘있다’고 대답했다. 이 중 상당수는 청와대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 교체 후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청와대의 간섭 수준은 이전 정부와 비교해 어떤가’라는 질문에 과반인 57.9%가 ‘그대로거나 더 심해졌다’고 답변했다.

‘신 전 사무관 사태의 본질을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소통 부족’을 꼽은 의견이 48.4%로 가장 많았다. 이번 사태를 신 전 사무관 개인의 일탈로 평가절하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의 시각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결과다.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는다면 상급자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이냐’는 물음엔 57.8%가 ‘대체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3.4%였다.

응답한 사무관과 서기관의 40.6%는 ‘공무원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했다. 한 경제부처 국장급 공무원은 “사무관과 서기관들의 업무 의욕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며 “공직사회가 밑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라면 ‘제2, 제3의 신재민’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임도원/성수영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