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부위원장
김영철 부위원장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1박2일 일정으로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7일 북측의 불참으로 무산된 미·북 고위급 회담이 약 2개월 만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CNN방송은 16일 김영철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하기 위해 워싱턴DC에 직항편으로 입성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이 김영철과 동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김영철의 방미는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것에 대한 답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들은 인편으로 ‘트럼프 친서’가 김정은에게 전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CNN은 김영철 일행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할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김영철은 중국 시간으로 17일 오후 6시25분 중국 베이징발 워싱턴행 유나이티드 항공 UA808 항공편을 예약했다. 지난해 5월 말 첫 번째 방미 땐 뉴욕을 거쳐 워싱턴으로 갔다. 2000년 10월 특사 자격으로 방미했던 조명록 북한군 차수도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워싱턴을 찾았다. 미국 정부가 김영철을 워싱턴으로 곧바로 부른 것은 의전상 ‘격’을 높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간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맞다”고 했다. 다만 김영철의 방미에 대해선 “우리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김영철의 방미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정상회담은 폼페이오 방북(5월9일)→김영철 방미(5월31일)→정상회담 순으로 이뤄졌다.

관건은 미·북이 고위급 회담에서 논의할 미국의 상응조치가 무엇일 것이냐다. 지난해 11월 고위급 회담이 무산된 것도 북한이 요구한 종전선언 및 제재 완화 등을 미국이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강 장관은 “(미국의 상응조치로는) 종전선언을 포함해 대북 인도적 지원, 미·북 간 상설화된 대화채널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가 협상 의제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다시 가동되면서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강 장관은 “다음주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중 북핵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차관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17일 서울에서 만난다.

이미아/김채연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