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연구소 세운 삼성전자…'사회적 난제' 해결사로 나선다
삼성전자가 ‘미세먼지연구소’를 신설했다.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에 대응할 원천기술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가전제품에 적용할 실용 기술 연구와 함께 대기오염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기술적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기업이 사회적 난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 ‘건강권’ 챙긴다

삼성전자는 경기 수원에 있는 종합기술원 내에 미세먼지연구소를 설립했다고 4일 발표했다. 황성우 종합기술원 부원장을 연구소장에 내정했다. 종합기술원은 당장 제품에 적용할 만한 기술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미래 신산업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선행적으로 연구하는 조직이다.

미세먼지연구소 세운 삼성전자…'사회적 난제' 해결사로 나선다
미세먼지연구소는 미세먼지의 생성 원인부터 연구한 뒤 측정·분석, 포집과 분해 등을 통해 단계별로 기술적 해결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미세먼지 연구의 기초가 되는 저가·고정밀·초소형 센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혁신소재를 활용한 필터 및 분해기술 등 가전제품에 적용할 신기술도 개발한다. 입자 크기 2.5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초미세먼지는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까지 이동한다. 혈관과 세포에 침투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외부 역량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화학물리생물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종합기술원의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을 통해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 규명과 유해성에 대한 심층 연구를 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자사 기술을 외부에 개방하고 있다. 취업 준비생 1만 명에 대한 소프트웨어(SW) 교육 지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500곳 지원·육성, 2500개 중소기업의 스마트 팩토리 전환 지원 사업 등도 하고 있다.

JY, 현장 경영에 ‘속도’

이 부회장은 올 들어 현장 경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전날 수원사업장을 찾아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사업을 점검한 데 이어 이날엔 기흥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사업부문 경영진과 간담회를 하고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김기남 반도체부품(DS)부문 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 2일 열린 삼성전자 신년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주요 사업장을 돌며 경영 전략을 협의하고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 정체’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삼성전자 실적이 ‘주춤’해진 탓이다. 스마트폰과 가전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반도체부문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 정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술을 혁신하고 전장용 반도체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반도체 시장을 창조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