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적자 국채를 발행하라며 기재부에 강압적 지시를 내렸다고 밝힌 신 전 사무관은 1일 모교인 고려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기재부가 전면 부인한 데 대한 재반박 성격의 글에는 2017년 11월 주고 받은 카카오톡 채팅방 사진 일부가 담겨 있었다.
해당 사진에서는 기재부 차관보로 추정되는 인물이 "핵심은 17년 국가채무비율을 덜 떨어뜨리는 겁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신씨는 GDP 대비 채무비율을 덜 떨어뜨리라는 이야기는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발행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당시 1조 원 규모의 국채매입 계획을 예정일 하루 전에 갑자기 취소했다.
이는 김동연 전 부총리의 정무적 판단 때문이며, 청와대가 이후 국채를 확대 발행하라고 기재부를 압박했다고 신씨는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폭로가 정치적 목적이 아닌 공익적 목적임을 재차 강조했다. 신 전 사무관은 "내가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데 이는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봐도 잘못된 것"이라며 "내가 바라는 것은 딱 하나로 앞으로 3년 동안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다. 신 전 사무관이 전날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중기재정 관점에서 국가채무의 큰 흐름을 짚어보는 과정에 나온 의견일 뿐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이어 "4조원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약 0.2%포인트 증가에 그쳐 크게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무원이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며, 신 전 사무관에 대해 오늘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씨는 적자 국채와 관련한 당시의 SNS 메시지와 보고서들을 조만간 공개할 것이며, 기재부 업무와 관련한 유튜브 영상을 추가로 10편까지 게재하겠다고 밝혀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2일 SNS를 통해 "신재민 씨가 먹고 살기 위해 폭로했다고 밝혀 그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오히려 그 솔직한 면 때문에 신뢰감이 더 생긴다"고 밝혔다.
하 최고위원은 "신재민은 30대 신세대 공익제보자며 속으로는 호박씨 까는 과거 인물들과 다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 최고위원은 "신씨는 후원금을 더 받기위해서라도, 학원 강사로 이름을 더 떨치기 위해서라도 거짓말쟁이가 되면 안된다"라며 "거짓말이 밝혀지는 순간 후원금도 끊기고 학원도 그를 버릴 것이기 때문에 그는 팩트로 승부해야 상업적 성공도 가능해진다"고 했다.
이어 "신씨는 속으로는 사적 이익을 숨기면서 겉으로는 애국자인 척하는 구세대와 완전히 다른 신세대다"라며 "그는 사적 이익을 위해 폭로했지만 그 결과는 공익에 기여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개혁이 된다. 그게 대다수 보통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다. 그래서 그의 폭로 내용 더 믿음이 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씨 폭로는 문재인 정권도 촛불정권이 아니라 적폐정권의 연장에 다름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전 대표는 "청와대가 6급 행정관과 싸우고, 이제 기재부가 물러난 5급 사무관과 싸우면서 흔들린다면 이 정부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신 전 사무관이 차관보와의 카톡 내용, 문서 등을 폭로하겠다는 것은 공직자로서 옳지 못한 처신"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청와대의 적자 국채 발행 압박 의혹을 주장한 신 전 사무관을 고발하기로 한 데 대해 네티즌들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기재부가 아무 대응도 안하면 더 이상하게 볼까봐 울며 겨자먹기로 일단 고발. 그러나 수사는 원치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싹 다 까발려지니까. (seri****)"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 내용 자체가 공공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되려 비리 또는 비합리적인 것을 공개하여 공익에 이바지했다. (gold****)"
"기재부라는 조직 이름으로 고발하는 것은 치졸하다. 기재부 논리대로라면 조직 안에 있는 사람은 아무리 불합리한 지시라도 무조건 받아들여야 되는 것인가. 이런게 진짜 갑질이다. 그런 것이야 말로 이 정권에서 적폐로 여기는 것 아니었나? 논리적으로 전혀 앞뒤가 안 맞는다. (bmmo****)"
"얼마전 전 정권의 청와대 캐비넷서류도 탈탈 뒤져 국민 알권리라고 떠들고 마구 발표했는데 왜 이번 일은 문제가 되나. (kery****)"
"유튜브 구독 해달라하고 학원배너 광고 달고, 그리고 당신이 제기한 의혹들 하나라도 실행된것이 있는가? 없다. KT&G 사장도 국채도 다 실행되지 않았다. 당신 같은 일개 사무관이 뭘 그리 많이 알겠나? 공익제보? 웃기는 소리다. (aper****)"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