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융합·협업·인성이 AI 시대 교육 키워드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은 21세기 학생들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 의사소통 능력, 협업 등을 꼽았다. 주어진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경계를 넘나들면서 타 분야 전문가와 소통하고 협력하는 능력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아무리 진화해도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는 이유에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소위 ‘똑똑함’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논리와 추론 능력, 수학적 사고력 등은 AI가 인간을 앞서게 된다. 아울러 일방적 주입식 교육을 통해 습득한 지식은 더 이상 쓸모가 없을 것이다. 반면 문제를 인지하고 사유하는 능력, 옳고 그름을 판별하고 타인과 공감하는 인성 역량은 강조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앞으로 AI에 의해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직업증발’ 현상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이런 격변의 시대에 사람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우선 창의적 능력이 요구된다. 비정형화된 요소가 많거나 가치 판단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사안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강조되는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그동안 창의성은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존에 있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연결해 기능과 디자인이 업그레이드된 또 하나의 변형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포함한다. 전문지식보다 연결지성, 즉 융복합 능력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사조에 따라 세계 유수 대학들은 점차 교과목을 융합해 나가고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는 공학 못지않게 인문예술 수업을 강조하고 있다. MIT엔 역사학, 철학, 언어학, 문학 등 각 분야의 훌륭한 교양 프로그램이 있다.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인문학 수업을 들어야 한다. 반대로 전통적으로 인문사회과학 중심이던 프린스턴대, 하버드대 등은 이공계 중심의 발전 전략을 짜고 학생들의 창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AI 시대가 요구하는 또 다른 자질은 올바른 윤리관과 인성이다. 권력자가 AI를 악용해 ‘빅브러더’로 군림하려 들거나 영화에서 보듯이 사악한 천재 과학자가 킬러로봇을 만든다면 AI는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좋은 인성이란 어느 시대, 어떤 환경에서도 그랬지만 AI 시대에 더욱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좋은 인성의 구성 요소는 협력, 원활한 소통, 배려와 관용, 겸손한 태도 등이라 할 수 있다.

물론 AI가 보편화될 미래 사회에서는 더욱 심화된 전문성이 요구될 것이다. 아울러 전문성의 분야도 더욱 분화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다시피 이보다 더 중요한 건 협업과 이를 통해 시너지를 내는 일이다. 협업을 통해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더욱 많아지기 때문이다. 초(超)연결성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양한 가치를 조율하고, 개성이 다른 사람들을 조화시키는 능력이 필수다. 이는 인간이 만드는 AI가 윤리성을 갖추고, 또 인간이 AI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다.

우리 사회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에 힘써야 할 것이다. 공동체의 이익과 공공선을 조화시킬 수 있는 능력도 함께 길러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AI와 건전한 협력·공생관계를 유지하는 그야말로 유토피아를 열어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