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채권시장은 연초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됐던 채권금리는 지난 5월부터 내림세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내년에도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따른 채권시장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817%로 마감했다. 5월 중순 이후 약 0.49%포인트 떨어졌다. 14일엔 기준금리(연 1.75%) 턱밑인 연 1.781%까지 주저앉을 만큼 하락폭이 컸다. 장기금리는 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7개월 전 연 2.7%대였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948%까지 내려앉았다. 하반기 들어 국내 주요 경기지표가 줄줄이 악화되자 경기 비관론이 증폭되며 금리를 짓누르고 있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가격이 상승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은 미소를 짓고 있다. 국내 주식과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도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흘러들어가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18~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기존 3회에서 2회로 조정하면서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선 것도 내년 채권시장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채권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매수 포지션을 이어갈 것을 권했다. 특히 추가 금리 하락 여지가 있는 장기채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국내 기준금리가 동결된 상태로 국내외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 원화채권이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금리 하락폭이 컸던 만큼 금리 반등에 대비해 단기채권 위주로 신중히 투자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서재춘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공격적인 장기채권 매수보다는 금리가 반등하더라도 만기까지 보유해 원리금을 회수한 뒤 다른 투자처로 갈아타기 쉬운 단기채권에 투자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