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없는 '진짜 슬로시티' 탄도, 눈부신 일출이 갯벌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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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강제윤 시인의 새로 쓰는 '섬 택리지'
<28> 무안 탄도
갯벌 물길이 급하게 흐르는 여울 섬
車가 한 대도 없어 모두 '느릿느릿'
숲길따라 걷는 길 더없이 편하여라
날마다 일어나는 '모세의 기적'
바다가 통째로 사라졌다 나타나
탄도 갯벌의 부드러운 찰감태가 유명
용머리 해안 앞 여의주 닮은 무인도
비옥한 땅이 승천할 일만 남았다
강제윤 시인의 새로 쓰는 '섬 택리지'
<28> 무안 탄도
갯벌 물길이 급하게 흐르는 여울 섬
車가 한 대도 없어 모두 '느릿느릿'
숲길따라 걷는 길 더없이 편하여라
날마다 일어나는 '모세의 기적'
바다가 통째로 사라졌다 나타나
탄도 갯벌의 부드러운 찰감태가 유명
용머리 해안 앞 여의주 닮은 무인도
비옥한 땅이 승천할 일만 남았다
자동차가 없는 진짜 슬로시티 탄도
조금 때만 사용했던 조금나루
갯벌 바다에서 조수간만의 차가 작고 늘 물이 들어와 있는 조금에는 당연히 나룻배를 탈 수 있다. 조금에 나룻배를 타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조금나루라 했을까? 탄도와 망운반도 사이 갯벌에는 썰물 때면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생긴다. 다른 섬들처럼 돌을 놓아서 만든 징검다리인 노둣길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길이다. 탄도 갯벌은 푹푹 빠지는 펄 갯벌이 아니라 모래가 섞인 혼합 갯벌이다. 더구나 이 길은 발이 빠지지 않는 자갈길이다. 그래서 걸어 건널 수 있었다. 이 갯벌의 길을 탄도 사람들은 열개라 불렀다.
낙지와 감태 농게와 굴 등 감동적인 갯벌
탄도에는 낙지 주낙배가 7~8척 정도 있고 맨손 낙지잡이는 10가구 정도가 한다. 근래 들어 탄도 갯벌에서는 낙지도 잘 잡히지 않고 감태도 잘 자라지 않는다고 주민들은 이야기한다. 낙지가 안 잡히고 감태가 자라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라남도는 탄도만 해역인 조금나루 남측 등 4개 구역을 ‘전라남도 보호수면 제1호’로 지정해 산란 시기인 매년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낙지잡이를 금지하고 있다. 갯벌 낙지의 남획을 예방하고 지속적인 자원 관리 및 회복을 위해 보호수면 지정과 낙지 치어 방류 사업 등을 지속하고 있지만 낙지 개체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탄도 주민의 주 소득원인 낙지잡이 수입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3개월간 낙지잡이가 금지되는 보호수면 외의 탄도 바다는 6월21일부터 7월20일까지 금어기로 지정돼 낙지잡이가 금지된다. 탄도 주민들은 낙지자원 고갈의 원인 중 하나로 금어기 문제를 지적한다. 낙지는 6월 초부터 본격적인 산란기가 시작되니 금어기를 6월1일부터 설정했어야 맞지만 6월21일부터 금어기로 지정한 것이 문제란 이야기다. 낙지잡이가 지속 가능해야 탄도 주민들이 살 수 있다. 금어기 설정 문제를 재검토해서 낙지 자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탄도 주민들은 또 육식성 어류인 감성돔의 탄도만 방류 사업이 낙지 자원 고갈을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성돔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낙지 치어들을 다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어족 자원 개체 수 증가를 위한 어류 방류 사업도 필요하지만 낙지 보호 구역으로 설정한 바다에까지 감성돔 방류 사업을 하는 것이 효율적인 정책인지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탄도 갯벌에서 그 흔하던 감태가 점점 사라져 가는 원인은 뭘까. 탄도 주변 바다의 김양식장 때문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의견이다. 김 양식장에서 잡태와 파래 제거를 위해 사용하는 염산과 유기산이 문제라는 거다. 감태는 산에 쉽게 녹아버린다. 파래 같은 해초가 섞이면 김 가공업자들이 물김 값을 낮게 쳐주니 김 양식 어민들은 산을 써서 제거하려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김 양식 때문에 감태가 사라지는 것은 탄도 갯벌만의 문제가 아니다.
땅이 비옥하고 농작물이 실한 천혜의 섬
작은 섬이지만 탄도는 땅이 비옥하고 농작물이 실하다. 탄도에서 생산되는 마늘이나 양파는 그 씨알도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크다. 무슨 특별한 토양도 아니고 옥토라기보다는 그냥 평범해 보이는 땅에서 어찌 그런 수확이 가능할까. 탄도 이장님은 “큰 배가 다니기 어려워 비료 같은 것도 뭍에서 들여오기가 쉽지 않아 비료도 많이 못 주는데 작물이 잘 자라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땅이 좋아서 그런 것 같다고 추정할 뿐이다. 비료가 들어오기 어렵다는 말에 순간 딱 드는 생각. 바로 그게 아닐까. 화학 비료를 쓰지 않은 것이 작물을 잘되게 한 원인이 아닐까. 화학 비료를 많이 쓰면 토양이 황폐해진다. 그런데 비료를 잘 안 쓰니 퇴비를 많이 썼을 것이고 그것이 오히려 땅을 살리고 땅을 비옥하게 해 농작물을 잘되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
탄도는 생김새가 용 모양이라 한다. 그래서 탄도에는 용과 관련한 지명도 여럿이다. 용머리 해안도 있고 용샘이란 이름의 둠벙도 있다. 용머리 해안 앞에는 여의주도 있다. 용머리 앞 동그랗게 보이는 작은 무인도의 이름이 야광주도(夜光珠島)다. 탄도와 야광주도 사이에도 물이 빠지면 걸을 수 있는 길이 생기는데 이 길을 닻줄이라 부른다. 야광주란 암흑 속에서도 빛을 낸다는 기석이다. 밤에도 빛나는 구슬. 야광주도는 그래서 여의주가 아니겠는가? 최근 탄도는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에 선정되는 경사가 있었다. 이제 용이 여의주까지 물었으니 탄도는 승천할 일만 남았다.
강제윤 시인은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섬 답사 공동체 인문학습원인 섬학교 교장이다. 《당신에게 섬》 《섬택리지》 《통영은 맛있다》 《섬을 걷다》 《바다의 노스텔지어, 파시》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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