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은 의료 인공지능(AI) 왓슨을 활용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협력을 이끌고 있다.”

큐 리 IBM 최고헬스책임자(CHO·사진)는 “왓슨을 활용하면서 의사들이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표준화된 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종양 치료법의 80~90%는 비슷하지만 나라마다 치료패턴, 보험 환경에 따라 약물 접근성 등이 다르다”며 “한국 의료기관과 함께 왓슨을 현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물론 세계 각 나라의 보험환경과 의사 서비스 수준에 맞도록 왓슨 기능을 향상시키겠다는 의미다. 리 CHO는 “위암 등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케이스를 토대로 왓슨을 학습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보건 수준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운영한 그는 2010년부터 IBM에 합류해 왓슨 헬스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왓슨 헬스는 AI로 의료데이터를 학습한 진료 보조 프로그램이다. 2015년 상용화 후 평가는 엇갈린다. 왓슨과 의사들의 진단법이 차이 난다는 이유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한다. 리 CHO는 의료 현장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혁신으로 꼽았다. 그는 “왓슨을 활용해 증거 기반 치료가 활발해졌다”며 “종양학자가 치료 권고안을 변경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고 했다.

암 환자의 유전자 변이 등을 찾아주는 왓슨 포 지노믹스를 통해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았는데 의사들과 99% 일치했다. 추가로 찾은 32%는 의사들이 찾아내지 못한 유전자 돌연변이였다. 리 CHO는 “의사는 평균 한 달에 8~10개의 논문을 읽지만 왓슨은 매일 100만 개를 읽는다”며 “왓슨이 적합한 논문을 찾아주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AI 개발 원칙도 공개했다. 그는 “의료에서 AI는 의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를 돕기 위한 것”이라며 “AI 기술은 블랙박스가 아니라 유리상자처럼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