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의 스토리텔링대로 연주하는 게 내 임무"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스토리입니다. 음악이 지닌 스토리를 청중에게 전달하는 게 음악가의 임무죠. 연주자만 있고 작품이 남지 않는 연주는 좋지 않은 연주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2019년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한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52·사진)는 24일 서면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제 무대를 자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의 음악가 제안을 수락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향은 매년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선정해 그의 음악세계를 다각도로 조망하는 ‘올해의 음악가’ 프로그램을 2018년 도입했다.

서울시향은 내년 테츨라프와 함께 바흐, 베토벤, 시마노프스키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서 연주할 시마노프스키 협주곡이나 수크 실내악 작품은 익숙한 곡들이 아니라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테츨라프는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갖고 있지만, 그 안에는 작품의 본질을 파헤치는 연주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는 “바로크 음악과 21세기 음악 사이에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모두 인간이 만든 작품이고 작곡가가 말하고자 한 바를 표현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가 다음달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할 시마노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번도 마찬가지다.

테츨라프는 “이 곡이 클래식계에서 주목받지 못한 것은 춤곡 분위기 곡을 춤곡답게 연주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가벼운 파스텔 톤의 소리를 발견해 연주한다면 이 곡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강점은 실내악에도 있다. 테츨라프는 1994년부터 ‘테츨라프 사중주단’을 결성해 꾸준히 실내악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내년에도 서울시향과 함께하는 실내악 시리즈가 2회에 걸쳐 예정돼 있다. 그가 생각하는 실내악의 매력은 ‘강렬한 메시지’다. 테츨라프는 “실내악 작품들은 관객들이 음악에 더 몰입하고 참여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베토벤에 도전하며 레퍼토리를 더욱 넓혀갈 생각이다. 테츨라프는 “후기 베토벤 5중주와 베토벤 소나타 녹음을 계획 중”이라며 “시벨리우스 협주곡은 이미 녹음을 마쳐 내년 9월 발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향과의 만남에 대해선 “한국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음악을 들어줄 관객들을 만나길 고대한다”며 “실력있는 서울시향과의 연주도 기다려진다”고 했다.

주은진 기자 jinz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