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빅 사이클論으로 본 '美 증시 폭풍 전야설'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태어난 그릇된 비관론이 문제가 된다. 새로 탄생한 비관론은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 미국 주가가 워낙 빠른 속도로 떨어짐에 따라 월가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저명한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의 경고(Mitchell’s warning)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증시는 ‘대안정기(great stabilization)’와 ‘대침체기(great recession)’가 반복됨에 따라 정형화된 사실로 굳어졌다. 지난 9월 중순(짧게는 12월 중순) 이후 지속되고 있는 미국 증시 혼돈이 대안정기 이후 찾아오는 대침체기를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4년 2월 재닛 옐런이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에 취임한 이후 미국 증시는 재차 ‘대안정기’에 접어들었다. 2009년 2분기 이후 약 2년 동안 지속됐던 ‘1차 대안정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위기의식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2차 대안정기’ 이후 ‘2차 대침체기’가 언제 올 것인가에 대한 경고가 위기관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돼 왔다.

최근과 같은 현상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증시가 롤러코스터로 비유될 만큼 기복이 심했던 추세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 세계 증시는 ‘대침체기’라고 불릴 만큼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2009년 2분기 이후 2011년 7월까지는 ‘대안정기’라고 불릴 만큼 빠르게 회복됐다.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빅 사이클論으로 본 '美 증시 폭풍 전야설'
리먼 사태로 크게 동요하자 많은 전문가는 미국 증시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은 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토록 빠른 속도로 큰 폭의 침체를 겪게 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증시가 같은 해 2분기를 저점으로 그 후 그토록 빨리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도 많지 않았다.

예측기관과 증권사는 뒤늦게 전망치를 수정하기에 바빴다. 이제는 예측 주기를 ‘연간 혹은 반기’에서 ‘분기 혹은 수시’로 단축해 예측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경기나 주가 예측의 무용론이 제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기관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심리 요인이 크게 작용했던 ‘1차 대안정기’와 달리 ‘2차 대안정기’가 찾아온 가장 큰 원인은 선진국 중앙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에 따라 돈이 너무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로 상징되는 선진국의 금융완화 정책은 마침내 ‘마이너스 금리 예치제도’까지 초래했다. ‘중앙은행의 만용(central bank’s foolhardiness)’이다.

하지만 이런 기조가 특정 시점에 바뀔 때는 위험성과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면서 ‘대침체기’를 맞는다. 특히 옐런 의장 취임 이후 미국 경기 회복기는 총수요 면에서 소비, 투자, 수출 등 지출 요인과 총공급 면에서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 등 생산함수 구성 항목이 모두 종전 회복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위기 극복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상황에서 대침체기가 오느냐 여부는 ‘애프터 크라이시스(after crisis)’ 문제를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대안정기 이후 대침체기가 오느냐는 이 문제에 대한 대응과 극복 정도에 따라 위기 국면의 지속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종전 위기국의 경험이다.

애프터 클라이시스의 가장 큰 문제는 부채다. 미국의 국가채무는 20조달러를 넘어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2028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52% 수준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1년에 이어 재차 불거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에 월가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월가의 투자 심리도 극도로 악화돼 있다. 변동성 지수(VIX), S&P500 지수와 125일 이동평균선 간 이격도, 하락 종목 대비 상승 종목 거래량 비율인 매클레안 지수(MVSI) 등 7개 객관적인 지표로 산출하는 공포·탐욕 지수가 20 밑으로 떨어져 과도한 공포 단계에 들어섰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공포’, 100에 근접할수록 ‘탐욕’을 의미한다.

1930년대 미국, 2000년대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금융위기 극복이 완전치 못한 상황에서 긴축 기조로 너무 빨리 돌아서거나 너무 강하게 추진하면 증시는 어느 순간에 대침체기를 맞는다. 12월 Fed 회의에서 매파적 기조를 유지했던 것이 ‘파월의 실수(Powell’ failure)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증시 폭풍 전야설’이 현실화되지 않으려면 Fed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인하도 포함)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