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구 소득이 전년 대비 4% 증가할 동안 세금 부담은 12%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부담 증가율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높았다. 취약계층의 대출 부담도 2012년 이후 가장 많아져 국내 가구가 세금과 빚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최대인 稅 부담 증가율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20일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국내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5705만원으로, 2016년 5478만원보다 4.1% 증가했다.

가구의 평균 비소비지출은 1037만원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비소비지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세금이었다. 국내 가구가 지난해 낸 세금은 연평균 342만원으로, 2016년 307만원보다 11.7% 늘었다. 소득 증가율에 비해 세금 부담 증가율이 세 배 가까이 높았다. 11.7%는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비소비지출 중 세금 다음으로 많은 것은 공적연금 및 사회보험료로 지난해 기준 325만원이었다. 2016년 307만원에 비해 5.8% 증가해 이 역시 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세금 등이 늘며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은 2016년 4520만원에서 지난해 4668만원으로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늘어난 가구 소득에 비해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상용 근로자가 많이 증가했고 임금 상승률도 3.3%였기 때문에 누진세 적용 대상자가 많아진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세금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말 소득세법 개정으로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최고세율을 38%에서 40%로 인상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과세표준 5억원 초과 소득세율이 40%에서 42%로 추가 인상됐기 때문에 내년에는 세금 부담이 더 늘어난 통계가 발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취약계층 빚 부담도 늘어

빚을 갚을 능력이 부족한 취약 차주도 갈수록 늘고 있다. 한은이 이날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1년에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을 넘는 사람 중 취약 차주 비중은 올 6월 말 기준 18.4%였다. 2012년(20.6%) 이후 최고치다.

취약 차주는 세 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7~10등급)인 사람이다. 취약 차주 비중은 2015년 16.5%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2016년 17.0%, 작년 17.9% 등으로 증가했다.

취약 차주의 신용대출 비중, 비은행 대출 비중은 각각 43.0%, 65.5%였다. 비취약 차주의 신용대출 비중(23.5%), 비은행 대출 비중(41.5%)보다 크게 높다. 신용대출과 비은행 대출은 이자가 상대적으로 비싼 데다 변동금리인 경우가 많아 금리 상승기에 채무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이태훈/서민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