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평균 세금 342만원…세금 증가율, 소득 증가율의 3배
가처분소득은 3% 증가 그쳐
취약차주 소득 70% 빚 갚는데 써
금리 오르면 부담 더 커질 듯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20일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국내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5705만원으로, 2016년 5478만원보다 4.1% 증가했다.
가구의 평균 비소비지출은 1037만원으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비소비지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세금이었다. 국내 가구가 지난해 낸 세금은 연평균 342만원으로, 2016년 307만원보다 11.7% 늘었다. 소득 증가율에 비해 세금 부담 증가율이 세 배 가까이 높았다. 11.7%는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비소비지출 중 세금 다음으로 많은 것은 공적연금 및 사회보험료로 지난해 기준 325만원이었다. 2016년 307만원에 비해 5.8% 증가해 이 역시 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세금 등이 늘며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은 2016년 4520만원에서 지난해 4668만원으로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늘어난 가구 소득에 비해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상용 근로자가 많이 증가했고 임금 상승률도 3.3%였기 때문에 누진세 적용 대상자가 많아진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세금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2016년 말 소득세법 개정으로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최고세율을 38%에서 40%로 인상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과세표준 5억원 초과 소득세율이 40%에서 42%로 추가 인상됐기 때문에 내년에는 세금 부담이 더 늘어난 통계가 발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취약계층 빚 부담도 늘어
빚을 갚을 능력이 부족한 취약 차주도 갈수록 늘고 있다. 한은이 이날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1년에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을 넘는 사람 중 취약 차주 비중은 올 6월 말 기준 18.4%였다. 2012년(20.6%) 이후 최고치다.
취약 차주는 세 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7~10등급)인 사람이다. 취약 차주 비중은 2015년 16.5%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2016년 17.0%, 작년 17.9% 등으로 증가했다.
취약 차주의 신용대출 비중, 비은행 대출 비중은 각각 43.0%, 65.5%였다. 비취약 차주의 신용대출 비중(23.5%), 비은행 대출 비중(41.5%)보다 크게 높다. 신용대출과 비은행 대출은 이자가 상대적으로 비싼 데다 변동금리인 경우가 많아 금리 상승기에 채무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이태훈/서민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