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요즘 자주 나오는 단어가 ‘위화감’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가 이건희 삼성 회장 자택 옆집을 현금 62억원에 구매했다는 얘기가 퍼진 것이 계기가 됐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직원들은 비교적 적은 월급을 받는데, 대표는 젊은 나이에 큰 재산을 보유하게 되면서 직원과 대표 간 위화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회삿돈이 아니라 자기 돈으로 차를 바꾸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웨어러블 정보기술(IT) 제품을 제조하는 스타트업의 A대표는 주행거리 15만㎞를 훌쩍 넘긴 구형 렉서스 승용차를 수년째 타고 다닌다. 사업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직원은 10명이고, 최근에는 대규모 투자금도 받았다. A대표는 “고급 수입차로 바꿨다가 직원들에게 위화감을 줄까 봐 오래된 차를 계속 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를 사는 것도 여의치 않다고 했다. 주위에 ‘사업이 잘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벤츠 등 전통적인 고급 수입차 대신 테슬라 등 전기자동차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같은 수입차인데도 ‘고급’보다는 ‘혁신성’으로 이미지를 포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테슬라는 물론 BMW의 소형 전기차 i3 등도 물망에 올랐다. 비슷한 이유로 국산 전기차 코나나 수소차 넥쏘를 알아보는 대표들도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회사가 성장해 직원들에게 많은 돈을 주기 전까지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은 ‘저기 매실 밭이 있다’고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뿐”이라며 “성장 전까지는 이래저래 직원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