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틈새시장’을 노린 모델들이 예상외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 하나뿐인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쌍용자동차)와 가솔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 GDe(르노삼성자동차), 고성능차 벨로스터 N(현대자동차)이 그 주인공이다. 차에 대한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비주류’로 분류되던 모델의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유일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

쌍용차가 올 1월 선보인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는 지난달까지 3만7764대 팔렸다. 이전 모델인 코란도스포츠의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은 2만559대에 불과했다. 렉스턴스포츠의 등장으로 쌍용차 픽업트럭 판매량은 83.7% 급증했다.

렉스턴스포츠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유일한 픽업트럭이다. 픽업트럭은 짐칸에 덮개가 없는 중소형 트럭을 말한다. 적재공간이 넓고 힘이 좋아 짐을 싣고 먼 거리를 이동할 일이 많은 미국 시장에서는 인기가 많은 차종이지만 한국에서는 차체가 커서 ‘운전이 불편한 차’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캠핑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아웃도어 장비를 실을 수 있는 픽업트럭을 찾는 이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렉스턴스포츠는 올해 쌍용차 내수 판매량(9만8484대)의 38.3%를 차지하는 등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시장에 이어 칠레 에콰도르 파라과이 등 중남미 시장에도 수출을 시작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고성능車 시장의 문을 열다

르노삼성이 지난해 9월 선보인 QM6 GDe는 ‘가솔린 SUV’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일반적으로 SUV 차량 판매에서 디젤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솔린 모델에 비해 월등히 높다. 차체가 큰 SUV에는 힘이 좋은 디젤엔진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아서다.

QM6 가솔린 모델은 이런 편견을 깨고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올 1~11월 QM6 가솔린 모델(2만1583대)은 디젤 모델(6597대)에 비해 세 배 이상 많이 팔렸다. 지난해 9월 출시 1년여 만에 국산 중형 가솔린 SUV 최초로 누적 판매량 2만 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디젤 모델(L당 12.8㎞)과 비슷한 수준의 연비(L당 11.4.㎞)와 가솔린 모델 특유의 정숙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현대차가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고성능 모델 벨로스터 N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6월 출시한 이 차량은 5개월 만에 누적판매 1000대를 넘어섰다.

국내에서 유독 인기가 없는 해치백(뒷문이 위로 열리는 5도어 차량) 형태의 차량에 수동변속기만 지원하는 벨로스터 N의 성공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동급 차량에 비해 비싼 가격도 걸림돌로 지적됐다. 하지만 고성능차를 기다리던 소비자들이 앞다퉈 구매를 서두르면서 사전예약 6영업일 만에 500대 넘게 계약되는 등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