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고점 찍고 성장 둔화…불확실성 어느 때보다 크다"
내년 세계 경제는 올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강한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가 고점을 찍고 주춤할 것이라는 게 국책·민간연구원장들의 중론이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 신흥국 리스크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세계 경제는 이제 고점을 돌아 성장세가 점차 둔화할 것”이라며 “글로벌 통화긴축 기조, 통상분쟁 심화 등 경기 하방 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수요와 생산, 고용의 선순환 고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이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손상호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현재로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미·중 통상 갈등 등의 향방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특히 중국은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돼 부실 부채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통상분쟁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견해가 이어졌다. 이 원장은 “미·중 통상분쟁은 단순히 경상수지 불균형 조정으로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갈등이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원장 역시 “무역 마찰을 넘어 첨단 기술에 대한 패권 문제가 핵심이어서 협상이 쉽게 타결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기업·가계 심리 호조에 힘입어 경기 확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경기 둔화 우려에도 미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웃돌고 있다”며 “미국 주식시장이 실물경기 확장세에 힘입어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박 원장은 “금리 인상 부담이 커지면 경기 정점에 근접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IMF는 지난 10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9%에서 3.7%로 내렸다. 지난달 OECD도 기존 3.7%에서 3.5%로 낮췄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