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혐의 빼달라' 등 사건 맡았던 전·현직 검사 반발
과거사 위원 '신중모드'에 사기 꺾인 대검 조사단
문구 하나하나 '깨알' 요구 '외압의혹' 논란도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진상조사단은 ‘남산 3억원 제공 의혹 관련 신한금융지주 사건’ 조사를 한 달 전 마무리했지만 과거사위는 최종 결과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조사단이 추가로 입증한 무고혐의와 관련해 당사자와 전현직 검사들의 저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PD수첩 사건(2008년)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사건(2008년) △약촌오거리 사건(2000년) 등도 조사단 조사가 끝난 지 최대 두 달이 지났는데도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통상 조사를 마무리한 뒤 2~3주 내에는 과거사위가 심의 의결하고 언론에 공표해야한다. 조사단의 최종 보고서가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고되고 과거사위를 통해 발표돼야 이들 사건의 ‘검찰권 남용 의혹’과 ‘재수사 방향’이 매듭지어진다.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것은 당시 사건을 맡았던 전·현직 검사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기 때문이다. 일부 과거사 위원이 검사의 책임과 관련한 문구를 빼달라거나 보고서 분량을 대폭 줄여달라고 요구한 것도 지연 배경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현직 검사들이 ‘무고 혐의’를 빼달라고 직접 전화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통해 조사단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는 엄연한 외압”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주로 승진을 앞두고 인사 불이익을 우려하거나 당시 사건 이해관계자와 관련이 있는 전·현직 검사들이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위의 과도한 조사결과 개입도 논란거리다. 지난 3일 과거사위 회의에선 한 위원은 정연주 사건과 관련해 ‘현저한 검사의 주의 의무 위반’이라는 보고서 표현에서 ‘현저한’을 빼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상 위원이 조사단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자세한 설명 요청’과 ‘보완 조사’일 뿐인데 문구 수정을 요구한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이다. 조사단 관계자는 “조사단의 보고서 제출 의무는 검찰총장에 있기 때문에 불만 제기는 총장께 하는 것이 옳다”며 “직업적 양심상 외압에 의해 결과를 바꿀 순 없다”고 말했다.
과거사위는 오는 17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이달 말 끝나는 활동시한을 3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접대 의혹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지만 기존 조사 결과에 대한 외압이 많아진 영향도 크다.
작년 12월 발족한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는 위원장인 김갑배 변호사, 고재학 한국일보 논설위원, 김용민 변호사, 문준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송상교 변호사, 원혜욱 인하대 로스쿨 교수, 임선숙 변호사,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교수,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 등 9명으로 구성됐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