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개봉하는 ‘아쿠아맨’은 1941년 출간된 DC코믹스 만화와 2011년 나온 제프 존스의 아쿠아맨 시리즈를 합친 이야기다. 왕좌를 놓고 형제끼리 다투는 기둥 줄거리는 ‘천둥의 신 토르’의 해양 버전 같다.
첨단 해저문명을 구축한 아틀란티스의 여왕(니콜 키드먼 분)이 정략결혼을 하기 싫어 육지로 도망쳤다가 등대지기와 사랑에 빠져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분)을 낳는다. 이후 붙잡혀 아틀란티스로 돌아가 옴 왕을 낳으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아쿠아맨의 이부(異父) 동생인 옴 왕(패트릭 윌슨 분)은 바다를 오염시키는 인간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한다. 왕좌의 라이벌인 아쿠아맨도 제거하려 한다. 아쿠아맨은 옴과 싸울 힘을 얻기 위해 삼지창을 찾아 나선다. 아쿠아맨의 여정에는 옴 왕의 정략결혼 상대자인 메라(엠버 허드 분)가 동행한다. 모험을 통해 자신의 소명을 깨달아가는 할리우드 영웅 이야기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메라와 아틀란티스 여왕은 사랑 없는 결혼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둘 다 현대적 여성 캐릭터다. 그들은 웬만한 병사들은 거뜬히 해치우고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만큼 무술실력도 뛰어나다. 두 여성이 몸소 선택한 남자들은 권력욕에 갇힌 인물이 아니다. 다른 세상(지상)에서 마음이 가는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아쿠아맨과 그의 아버지다. 옴 왕은 다른 세상의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은 자신의 어머니마저 응징한다. 그것이 왕국의 룰이라면서.
순혈인 옴 왕은 배타적이지만 혼혈인 아쿠아맨은 포용적이다. 영화는 낯선 세계와 사람에 대한 편견을 질타하고 관용과 포용을 촉구한다. 바다와 육지를 모두 다스릴 수 있는 진정한 왕은 두 세계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아쿠아맨이 삼지창의 소재를 알아낼 때도 그리스, 로마 역사에서 힌트를 얻는다. 지상 세계에 대한 지식이 해저왕국의 왕에게 필요한 자질이다.
아틀란티스 문명을 눈부신 비주얼로 표현한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가라앉은 지상문명과 함께 새로 건설된 해저문명의 모습은 휘황찬란하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