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직접구매) 시장의 성장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와 가격 차이가 큰 가전, 건강기능식품 등이 인기 상품이다. 아마존 같은 해외 사이트뿐 아니라 G마켓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등 국내 온라인몰에서도 쉽게 직구가 가능해 시장 성장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직구 시장이 커질수록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유통·제조 업체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베이코리아, 11월 해외직구 30%↑

G마켓과 옥션을 운영 중인 국내 최대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11월 한 달 동안 해외직구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고 6일 발표했다. 이베이코리아가 해외 직구 상품 판매 집계를 시작한 2012년 1월 이후 월간 기준 최대 거래액이다. G마켓과 옥션은 해외에서 물건을 구입해 국내로 보내주는 병행수입, 구매대행 업체가 가장 많이 활동하는 곳이다.

배송 대행사 몰테일을 운영 중인 코리아센터도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58% 늘었다. 몰테일은 해외 직구 주요 지역인 미국 중국 일본 등에 물류센터를 보유한 국내 1위 배송 대행 업체다.

해외 직구 인기상품은 단연 TV다. G마켓의 경우 지난달 해외 직구 TV 판매량이 96%나 늘었다. G마켓, 옥션 내 11월 한 달 해외 직구를 통한 TV 판매는 1만 대가 넘었다. 또 애플 무선 이어폰 ‘에어팟’, 샤오미의 스마트폰과 공기청정기, 센트륨 비타민, 로이스 생초콜릿, 스타벅스 네스프레소 캡슐 등도 인기 상위 품목이었다. 몰테일에선 폴로 스웨터, 다이슨 청소기, 뉴발란스 운동화 등이 잘 팔렸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5년 15억2300만달러였던 해외 직구 시장은 지난해 21억1000만달러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3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으로 30억달러를 넘길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해외 직구 시장이 해가 갈수록 더 가파르게 성장하는 주된 배경은 가격 차이 때문이다. 직구 대표 상품 다이슨 무선청소기의 경우 V8 앱솔루트 모델의 국내 판매가는 70만원이 넘는다. 미국 등 해외에선 약 40만원 안팎이면 구입 가능하다. 관세·부가세를 합쳐도 20만원가량 저렴하다. 150달러(미국은 200달러) 미만 상품은 관세 면제 혜택도 있다.

해외 직구가 손쉬워진 이유도 있다. 해외 직구 시장이 커지자 뭘 사면 좋을지 알려주는 ‘뽐뿌’ 등의 게시판이 인터넷에 많다. G마켓 옥션 11번가 등이 경쟁적으로 해외 직구 대행에 나서 외국어를 몰라도 직구가 가능하다. 여기에 세계 최대 e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올 7월 한시적으로 무료배송을 해준 것도 시장을 키웠다. 지금 아마존, 중국 티몰 등은 일부 상품을 국내까지 보내준다.

국내 제조사 타격 받기도

해외 직구 시장이 커지면서 그늘도 일부 있다. 해외 직구가 많이 이뤄지는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제조사나 이를 유통하는 회사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 비타민, 오메가3 등 건강기능식품 업체가 대표적이다. 건강식품을 생산하는 A식품회사는 2014년 전국 백화점과 할인점에 200여 개 매장을 운영했으나, 지금은 130여 개로 70개 안팎의 매장이 문을 닫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150명의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피해 사례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 1~3분기 해외 직구와 관련한 소비자 불만은 8781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3% 늘었다. 유명 셀러가 짝퉁 제품을 판매해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또 배송 지연, 환불 불가 등의 불만이 제기됐다.

안재광/김재후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