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업종과 기업에 상관없이 정보기술(IT)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인재 확보 전쟁’이 벌어지면서 고급 기술을 지닌 IT 전문가들의 연봉이 치솟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일본 기업들은 업종과 기업에 상관없이 편차가 적은 임금체계를 지녀 왔는데 IT인력 부족이 심하다 보니 영·미식의 고액연봉 제도도 IT인력 분야에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기술이 확산되면서 고급 IT기술 지닌 인재 쟁탈전이 업종을 넘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NTT데이터는 최근 연봉 2000만~3000만 엔(약 2억~3억 원)을 제시하며 사물인터넷 분야 전문가 확보에 나섰습니다. 이 회사의 평균 연봉은 820만 엔가량임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대우입니다. IT분야에서 최고급으로 평가받는 전문가의 경우, 일반 직원 급여체계와 별도 운영하고 성과급에 제한 두지 않는다는 방침입니다.

의류 판매 사이트 조조타운도 올 4월에 IT분야 최고급 전문가를 연봉 1억 엔(약 10억 원)에 채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유니클로도 물류 효율화를 위한 수요예측을 위해 디지털 인재 채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판매 업체들은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한 물류 배분 효율화가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습니다. 전통적인 유통업체의 범주로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라인도 AI와 사물인터넷 분야 젊은 기술자를 1000만~2000만 엔(약 1억~2억 원)의 연봉을 제시하며 확보에 나섰습니다. 도요타자동차도 2016년에 AI연구 자회사를 설립해 미국 구글에서 IT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관련 연구 인력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이 이처럼 앞 다퉈 고액연봉을 제시하며 IT인력 확보에 나서는 것은 IT전문가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AI 및 사물인터넷 분야 인력은 2020년에 4만8000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구글, 아마존 등 미국 일부 기업의 경우, IT전문 인력에 대해 보너스를 합한 연봉이 30만~35만 달러(약 3억3000만~3억9000만원)가량을 지급하고, 50만 달러(약 5억6000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일본에서도 최고급 IT인력의 임금은 급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첨단 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전통적인 일본기업의 연봉 체제도 많이 바뀌는 모습입니다. 남다른 능력과 기술을 지닌 IT전문 인력이 부럽다는 생각도 잠시 해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