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송금 넘어 증권사까지 넘보는 '토스', 유니콘으로 도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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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로 잘 알려진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비바리퍼블리카가 증권회사 설립을 추진한다.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에 뛰어든 카카오페이에 이어 토스도 증권사 설립에 나서면서 핀테크업체들이 일으킬 금융업계의 변화 바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는 해외 주식투자, 자산관리 등을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 개발을 마무리짓고 이르면 이달 말 금융위원회에 증권사 설립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인가를 받으면 IBK투자증권 KTB투자증권에 등이 신설된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새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설립자금 500억원 조달
증권사 설립자금은 미국의 대표적 벤처캐피털(VC)인 클라이너퍼킨스와 기존 주주인 KTB네트워크 등으로부터 500억원을 조달해 마련한다. 이번 투자에서 토스는 기업가치 12억달러(약 1조3300억원)를 인정받았다. 2015년 출범한 지 3년여 만에 국내 핀테크업체 최초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성장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증권사의 다양한 금융투자 상품을 토스 플랫폼을 통해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소액으로도 간편하게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투자일임 등 자산관리서비스로 확장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토스 가입자는 지난달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누적 거래액은 27조원에 달한다.
클라이너퍼킨스(KPCB)는 미국 최대 벤처캐피털(VC) 중 하나다. 아마존, 구글을 포함해 850여개 기업의 성장을 지원했다. KPCB가 이번에는 국내 간편송금 앱 토스의 성장에 베팅했다. 1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토스가 간편송금을 넘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5년 ‘7전8기’ 끝에 토스를 출시한 치과의사 출신 이승건 대표의 꿈은 ‘금융의 네이버’다. 토스를 통해 모든 금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증권업 진출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첫 승부수가 될 것이란 평가다. “토스는 10대들의 첫 금융 경험”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이 대표는 ‘치과 의사보다 좀 더 사회에 기여할 길이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2011년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실패의 연속이었다. 소셜미디어, 휴대폰 투표앱, 강의포털 등이 모두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이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3개월동안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보자고 했다. 100여개의 사업 아이디어가 나왔다. 토스는 사업아이템으로 연결된 8개의 아이디어 중 마지막이었다.
공인인증서 등 복잡한 인증절차 없이 상대방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계좌 이체를 할 수 있는 토스는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10~20대 젊은들 사이에서 ‘토스하자’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진짜 송금이 될까’ 반신반의하며 토스를 경험하기 시작한 사용자도 점차 늘었다. 결국 지난달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누적거래액은 27조원을 넘어섰다. 성장세는 매출로 연결되고 있다. 2016년 34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205억원으로 6배나 늘었다. 올해 매출은 6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 이 회사에 주목한 건 벤처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김한 알토스벤처스 대표였다. 거듭된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 대표의 끈기를 높이 샀다. 무엇보다 금융업의 패러다임을 바꿔 소비자가 편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 대표의 비전에 동의했다. 알토스는 2014년부터 이 회사에 투자해 토스의 탄생과 성장을 지원했다. VC업계 관계자는 “미래의 고객인 10대들은 토스를 통해 첫 금융 경험을 하고 있다”며 “이 회사가 가진 가장 강력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손 안의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
토스에게 간편송금은 일종의 ‘미끼상품’이다. 간편송금 거래액이 늘어날수록 회사는 손해를 본다. 은행 전산시스템을 통신회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계좌이체를 하기 때문에 건당 약 200원의 수수료를 은행에 지불한다. 하지만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간편송금으로 가입자를 확보한 뒤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해 금융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게 토스가 추구하는 수익모델이기 때문이다. 무료 카카오톡 메신저로 사용자를 확보한 후 다양한 부가서비스로 돈을 버는 카카오와 같은 맥락이다.
토스는 이미 다양한 금융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면 19개 은행, 3개 증권사의 계좌를 한눈에 조회할 수 있는 ‘통합계좌조회’가 출발점이었다. 이후 무료로 신용등급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 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개인간 거래(P2P) 서비스, 1000원만 있으면 투자할 수 있는 펀드 등을 차례로 내놨다.지난 4월엔 환전 없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의 유망 20개 주식 종목에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해외주식투자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증권사 설립은 명실상부한 종합 금융플랫폼으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한 승부수다. 토스는 증권사를 통해 소액투자 상품을 만들어 10~30대 젊은층을 더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주당 가격이 높은 종목은 쪼개서 살 수 있는 해외주식 투자 상품,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몇번의 클릭 만으로 매매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내놓을 방침이다.
토스의 증권업 진출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한 카카오페이에 맞불을 놓는다는 의미도 있다. 카카오페이는 토스보다 한발 늦게 간편송금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카카오톡’이란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빠르게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맹주자리를 놓고 카카오와 토스가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는 해외 주식투자, 자산관리 등을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 개발을 마무리짓고 이르면 이달 말 금융위원회에 증권사 설립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인가를 받으면 IBK투자증권 KTB투자증권에 등이 신설된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새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설립자금 500억원 조달
증권사 설립자금은 미국의 대표적 벤처캐피털(VC)인 클라이너퍼킨스와 기존 주주인 KTB네트워크 등으로부터 500억원을 조달해 마련한다. 이번 투자에서 토스는 기업가치 12억달러(약 1조3300억원)를 인정받았다. 2015년 출범한 지 3년여 만에 국내 핀테크업체 최초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성장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증권사의 다양한 금융투자 상품을 토스 플랫폼을 통해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소액으로도 간편하게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투자일임 등 자산관리서비스로 확장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토스 가입자는 지난달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누적 거래액은 27조원에 달한다.
클라이너퍼킨스(KPCB)는 미국 최대 벤처캐피털(VC) 중 하나다. 아마존, 구글을 포함해 850여개 기업의 성장을 지원했다. KPCB가 이번에는 국내 간편송금 앱 토스의 성장에 베팅했다. 1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토스가 간편송금을 넘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5년 ‘7전8기’ 끝에 토스를 출시한 치과의사 출신 이승건 대표의 꿈은 ‘금융의 네이버’다. 토스를 통해 모든 금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증권업 진출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첫 승부수가 될 것이란 평가다. “토스는 10대들의 첫 금융 경험”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이 대표는 ‘치과 의사보다 좀 더 사회에 기여할 길이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2011년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실패의 연속이었다. 소셜미디어, 휴대폰 투표앱, 강의포털 등이 모두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이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3개월동안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보자고 했다. 100여개의 사업 아이디어가 나왔다. 토스는 사업아이템으로 연결된 8개의 아이디어 중 마지막이었다.
공인인증서 등 복잡한 인증절차 없이 상대방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계좌 이체를 할 수 있는 토스는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10~20대 젊은들 사이에서 ‘토스하자’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진짜 송금이 될까’ 반신반의하며 토스를 경험하기 시작한 사용자도 점차 늘었다. 결국 지난달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누적거래액은 27조원을 넘어섰다. 성장세는 매출로 연결되고 있다. 2016년 34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205억원으로 6배나 늘었다. 올해 매출은 6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 이 회사에 주목한 건 벤처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김한 알토스벤처스 대표였다. 거듭된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 대표의 끈기를 높이 샀다. 무엇보다 금융업의 패러다임을 바꿔 소비자가 편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 대표의 비전에 동의했다. 알토스는 2014년부터 이 회사에 투자해 토스의 탄생과 성장을 지원했다. VC업계 관계자는 “미래의 고객인 10대들은 토스를 통해 첫 금융 경험을 하고 있다”며 “이 회사가 가진 가장 강력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손 안의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
토스에게 간편송금은 일종의 ‘미끼상품’이다. 간편송금 거래액이 늘어날수록 회사는 손해를 본다. 은행 전산시스템을 통신회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계좌이체를 하기 때문에 건당 약 200원의 수수료를 은행에 지불한다. 하지만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간편송금으로 가입자를 확보한 뒤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해 금융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게 토스가 추구하는 수익모델이기 때문이다. 무료 카카오톡 메신저로 사용자를 확보한 후 다양한 부가서비스로 돈을 버는 카카오와 같은 맥락이다.
토스는 이미 다양한 금융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면 19개 은행, 3개 증권사의 계좌를 한눈에 조회할 수 있는 ‘통합계좌조회’가 출발점이었다. 이후 무료로 신용등급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 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개인간 거래(P2P) 서비스, 1000원만 있으면 투자할 수 있는 펀드 등을 차례로 내놨다.지난 4월엔 환전 없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의 유망 20개 주식 종목에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해외주식투자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증권사 설립은 명실상부한 종합 금융플랫폼으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한 승부수다. 토스는 증권사를 통해 소액투자 상품을 만들어 10~30대 젊은층을 더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주당 가격이 높은 종목은 쪼개서 살 수 있는 해외주식 투자 상품,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몇번의 클릭 만으로 매매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내놓을 방침이다.
토스의 증권업 진출은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한 카카오페이에 맞불을 놓는다는 의미도 있다. 카카오페이는 토스보다 한발 늦게 간편송금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카카오톡’이란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빠르게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맹주자리를 놓고 카카오와 토스가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