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방이 비핵화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된다면 반대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답방 그 자체로 세계에 보내는 평화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설명은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금까지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은 실질적 양보안을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간 세 차례 만남에서 쏟아진 화려한 말도 점차 한국의 부담으로 다가오는 국면이다. 이런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의 서울 답방은 평화를 앞당기기보다, 평화에 대한 환상만 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교착상태인 북핵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해 보자는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얻은 몇 개의 성과들은 협상이 아니라 경제제재를 통해서 얻어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다. 자칫 국제적인 제재전선을 흩뜨리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는 이벤트에 그친다면 후폭풍만 증폭시킬 뿐이다. 답방 카드가 살아나자마자 통일부가 ‘단계적·포괄적’ 북핵해법을 공식화하고 나선 점은 혼란을 더하게 한다. ‘남북관계·북핵문제 병행 진전’ 등을 강조한 정부 발표는 비핵화 전이라도 남북한 경협 등 유화책을 본격화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김정은 답방’ 논의를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전 세계는 또 ‘비핵화 전에 대북 제재를 풀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G20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에 대해 100%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국제사회의 일관된 요구를 외면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답방에 매달리는 듯한 태도는 한국의 입지만 좁힐 뿐이다. 답방 우선순위도 남북한 관계 개선이 아니라 북핵 제거에 맞춰져야 한다. 그래야 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김정은 서울 방문에 국민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그림도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