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확전’하는 대신 ‘90일짜리 휴전’을 선택했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조치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양국은 이 기간 동안 기술 이전 강요 등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고치기 위한 협상을 벌인다. 이 협상이 실패할 경우 미국은 ‘관세폭탄’을 다시 꺼낼 방침이다.

美·中 무역전쟁 '90일짜리 휴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별도 회담을 하고 이같이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직접 대면한 것은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회담 이후 1년 만이다.

이날 합의로 미국이 내년 1월1일부터 2000억달러어치 중국 수입품 관세율을 현재 10%에서 25%로 올리려던 계획은 보류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할 때마다 거론한 2670억달러어치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도 유예된다.

미·중은 휴전 기간에 더 큰 쟁점인 기술 탈취 등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다루는 협상을 한다. 쉽게 타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기간 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10% 관세가 25%로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일단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게 됐다. 1, 2위 경제대국 간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두 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기 시작하자 두 정상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역할을 더 하도록 미국이 의도적으로 압박을 늦췄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의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히 무역적자 문제가 아니라 ‘경제·기술패권 전쟁’ 성격이 강하다. 중국의 국가 주도 제조업 패권 정책인 ‘중국제조 2025’의 폐지 또는 전면 수정 여부가 미·중 협상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날 합의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공동 기자회견 없이 회담장을 떠났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